[김윤주의 주마등] 진상 전성시대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08-08 15:09:33

카페에서 한 커플 지나친 애정행각·테이블 2개 사용 목격
자리 없어 사람들 기다려도 무시…그들의 낭만, 내 불만 돼
스벅 카공족 등 진상 만연…자신만 중요하다면 무인도 가야
▲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테이블에 칸막이를 올리고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모습. [스레드 캡처]

  

▶ 오랜만에 갖게 된 '자유의 날'이었다. 혼자 영화를 본 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사람이 많았으나 운 좋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때 까진 좋았다. 옆자리 커플의 지나친 애정행각을 목격하기 전까진 말이다. 에어팟으로 귀를 막고 눈을 돌려도 느껴지는 뜨거운 광경에 내 낯이 뜨거웠다. 심지어 그들은 '굳이' 2인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나란히 앉아 창가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들 눈엔 빈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 따위 보이지 않고 '사랑'만 보이는듯했다. '스타벅스'가 아니라 '스위트룸'이었다. 내겐 '스트레스'였다.

 

▶ 결국 커플이 만든 '실내 폭염'에 커피를 원샷하고 나와 '그들이 정말 잘못한 것인가'에 대해 자문했다. 어쩌면 내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그냥 내가 '꼰대'일지도 모른다. 신경 끄고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넘기면 될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라 보지 않으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생각 끝에 인간은 같이 살아가고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커플은 도를 넘어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났다. 고로 그들의 '낭만'이 내 '불만'이 되기엔 타당했다.

 

▶ 우린 타인에게 무심한 듯 하나 속으론 모든 걸 감시하는 '이중적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관심 없어 무심코 넘어가는 듯하지만 그게 아니다. 진상 짓을 하면 어디 익명 커뮤니티에 관련 썰과 함께 모자이크 된 얼굴 사진이 박제될지도 모른다. 물론 타인에게 지나친 척도를 들이대 팍팍한 세상을 더 팍팍하게 만들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인간이 없음을 인지하고 실수는 '인간적 허용'을 하며 이해해야 한다.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의도치 않은 잘못을 저질렀을지 모른다. 다만 남에게 불편을 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좋은데 어쩌라고'하는 식의 적반하장 태도는 그릇된 것이다. 알면서, 알게 됐으면서도 그러는 건 '진상'이다.

 

▶ '진상'은 사회적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진상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논란 되자 퇴치를 위해 팔을 걷었다. 멀티탭을 이용해 데스크톱·프린터를 하는 행위, 칸막이를 설치해 개인 공간을 만드는 행위, 자리를 잡고 장시간 외출하는 행위 등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 안내문을 걸고 경고까지 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에 기가 찰 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진상 관련 기사들을 본다. 에스컬레이터에 캐리어를 2개 싣고 방치해 사람을 다치게 한 중년 여성, 부부 싸움 했다고 아이 담임교사에 중재해달라고 전화했다 거절당하자 되레 화낸 학부모, '이면주차' 경고하자 라바콘(꼬깔콘) 부순 입주민 등등.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상들이 진짜 진상인 이유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 '오만한 태도'에 있다. 남이 어떻든 '나'만 중요하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면 안되는 거 아닐까. 그런 진상들에겐 자기 자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인도'를 추천한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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