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냐"

김병윤

| 2018-08-22 09:30:25

지난해 우승에서 올시즌 급락…KIA 단장의 속앓이

"아~따. 정말로 힘들구만요. 우리 팀 성적 안나는게 전부 제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제가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니구만요"

 

사람 좋고 호탕하기로 소문난 조계현 KIA 단장이 쉰 목소리로 속타는 심정을 내뱉으며 쓴 웃음을 짓는다. 지난해 우승팀에서 올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하는 입장이 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조계현 단장이 누구인가? 현역시절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플레이어 아닌가. 승부세계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조 단장이기에 KIA의 지금 성적이 낯설 수도 있다.

 

조계현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코치에서 단장으로 쾌속 승진한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취임 1년도 안된 초보 조계현 단장을 만나 프런트로 변신한 뒤 겪고 있는 애환과 KIA의 남은 시즌 전망을 들어본다.

 

▲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 [사진=김병윤 기자]

 

- 지난해 우승팀에서 올 시즌에는 5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데 심정이 어떤가?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지난해 우승해 본 선수들이지 않나. 우리 선수들은 우승의 DNA를 갖고 있다. 우리 옛말에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 하지 않는가. 우승,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다. 해 본 사람이 하는 거다. 우리 KIA 야구단의 자랑이 선수들 간의 끈끈한 동료의식이다. 우리 선수들은 서로 이기적인 행동이 없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남은 시즌 팀을 잘 이끌어 좋은 결과를 내주리라 본다.

 

- 김기태 감독과는 수석코치 시절 팀 운영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은거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어떤 말을 주고 받는가?

 

"김 감독과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하며 지난해 우승을 이뤄냈다. 제가 단장이 됐다고 바뀐 것은 없다. 현장과 밝은 얼굴로 소통하고 있다. 김 감독의 지도철학이 '동행'이라는거 잘 알고 있지않나. 지난해 우승도 우리 팀만의 소통과 동행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이런 상생의 정신이 있어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올릴 것으로 확신한다. 단지 우리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아시안게임으로 휴식기를 맞게 돼 분위기가 꺾일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 현장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솔직히 얘기해서 현장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초보 단장으로 배우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내가 모르고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현장이야 수십년 해 온 분야니까 어려울게 없었다. 그런데 프런트는 완전 다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사무실에서는 숨 쉬는 것도 신경쓴다. 무의식 중에 한 숨이라도 쉬면 직원들이 신경쓸까봐 조심한다. 이럴때 느끼는 것은 바로 이게 조직사회고 사무실 근무구나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나는 지금 단장 생활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기도 바쁘다.

 

 -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김기태 감독이 더 심하다. 물론 나도 스트레스는 받는다. 현장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은 집에서 리뷰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식구와 떨어져 혼자 사니까 그럴 시간이 더 많아졌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면 자연히 그날 경기를 보게 된다. 물론 경기를 뒤돌아 본다고 해서 김 감독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야구인의 입장에서 경기내용을 머리에 쌓아놓는 것이다.

 

- 현장을 떠나서 느끼는 변화도 많을텐데?

 

"(웃음)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소리를 안질러 목도 안아프다. 내 목소리가 원래 허스키하지 않다. 그런데 군산상고 시절 벤치에서 워낙 소리를 많이 질러 이렇게 된거다. 현장을 벗어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장소가 운동장에서 사무실로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모든 업무가 야구라는 공통점에서 이뤄지고 있으니까.

 

- KIA 야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리라 자신하나?

 

"방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우리 선수단을 믿는다. 그리고 어느 장수가 전쟁터에서 질거라고 말하겠는가. 우리 팀은 기량이 좋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우승의 맛도 알고 있으니 김 감독 이하 모든 선수단이 좋은 결과를 내리라 확신한다.

 

- 단장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행정을 몰라서 정말 힘들다. 서류작성, 보고서 작성부터 배우느라 진땀을 뺐다. 지금도 어렵다. 솔직히 우리가 운동할 때는 말이 학생이지 수업을 받은 적이 없지 않나.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때 수업을 착실히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제가 그래도 사학의 명문 연세대 출신인데 행정에 아는게 없으니 얼마나 창피한가? 그래서 요즘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행정업무를 익히느라 노력하고 있다.

 

- 단장이 적성에 맞나?

 

"단장은 참 어렵지만 정말 매력있는 직업이다. 내가 10개 구단 단장 가운데 막내지 않나. 선배 단장들 보면 존경스런 마음이 든다. 단장은 신경쓸 일이 너무 많다. 프런트 직원들은 물론 현장도 두루 살펴야 되니까. 나는 현장에만 있어서 프런트의 어려움은 몰랐었다. 막상 단장을 맡고 보니 프런트 직원들의 고생도 엄청 많더라. 그래서 프런트와 현장의 화합과 이해를 돕는데 다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경쓰는만큼 보람도 있다. 바람이 있다면 선배 단장님들께 많이 배우고 서로 협력하여 한국야구 발전에 조그마한 힘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먼훗날 후배들로부터 조계현이가 괜찮았던 단장이었다고 남길 바라는 거다.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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