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보, 이스라엘 제약사에 패소…150억 지급 확정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11-05 15:04:33
국보측 "레드힐이 사기계약 유도" 주장했으나 기각돼
코스피 상장사 국보가 이스라엘 제약사 레드힐 바이오파마와의 계약 위반 소송에서 최종 패소해 1050만 달러(약 150억 원)를 지급하게 됐다.
국보는 상장폐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규모 배상 부담까지 떠안게 돼 사실상 지급 능력이 없는 상태다. 판결 금액은 올해 상반기 말 국보 자기자본(2억3664만 원)의 60배가 넘는 규모다.
5일 미국 뉴욕주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NYSCEF)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판결 확정문을 게시했다. 이 판결에 불복해 추가 항소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지난 4일(현지시간)까지였다. 국보가 추가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 내용은 확정됐다.
판결 금액은 본 판결 약 860만 달러와 변호사 비용 약 190만 달러를 합친 것이다. 본 판결에는 2022년 3월 29일부터 연 9%의 법정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실제 지급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단,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는 내년 3월 13일까지 항소가 가능하다.
소송은 2021년 10월 양사가 체결한 투자 계약에서 시작됐다. 국보는 레드힐의 미국예탁주식(ADS)을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만 달러어치 매입하기로 했다. 1차 500만 달러는 계약 즉시, 2차 500만 달러는 6개월 내 라이선스 계약 체결 시 지급하기로 했다.
2022년 3월 양사는 코로나19 치료제 '오파가닙'의 한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보는 2차 투자금 500만 달러와 선급금 1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레드힐은 같은 해 9월 2일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국보는 레드힐이 주장한 계약 위반 혐의를 부인했다. 국보 측은 "레드힐이 규제 승인을 받지 못했고 확증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으며 계약 목적이 좌절됐다"고 반박하며 반소를 제기했다. 또 "레드힐이 사기적으로 계약을 유도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2월 "레드힐이 한국 승인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계약에 명시돼 있다"며 "국보가 지급하지 않을 조건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보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자료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며 모든 반소 청구를 기각하고 레드힐의 손을 들어줬다.
국보는 1심 판결 직후인 지난해 12월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항소법원이 국보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달 14일엔 뉴욕 카운티 서기실에서 금전 판결이 정식 등록됐고 지난 4일 본안 판결에 대한 추가 항소 기간이 만료됐다.
레드힐은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에 국보가 소유한 117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레드힐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가압류된 금액은 국보의 2022년 말 자기자본(526억원)의 22%에 달한다. 국보는 지난 6월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국보의 재무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국보는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올해 반기보고서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이 회사의 자산총계는 645억 원, 부채총계는 643억 원이나 자본총계는 2억3664만 원에 불과하다. 자본잠식률이 99.6%에 달해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직전이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63억 원 많아 지급불능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1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국보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틀 뒤 국보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 결정이 날 때까지 정리매매가 보류된 상태다.
국보는 물류·의류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피 상장사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22년 무궁화신탁 계열로 편입됐으나, 무궁화신탁이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달 14일에는 만기가 도래한 전환사채 원금 30억 원과 이자 45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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