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대판 봉이 김선달 구영배가 만든 티메프 사태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7-26 17:41:27

유통 마진보다 물류 덩치 키우려 무리한 확장 시도
글로벌 성공 신화라는 서사에 회사 가치 가려져
관계 당국 소극적 대처하면 피해 금융권까지 이어져
판매 대금 정산 방식 등 대대적인 손질 필요

1991년 서울대 자원공학과(85학번) 졸업 후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석유개발기업 슐럼버거에서 일했던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 대학 선배 이기형 회장 추천으로 인터파크에 입사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국내 최초 온라인 오픈마켓 G마켓을 세웠다.

 

2009년 회사를 이베이(e-Bay)에 넘긴 뒤에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에 큐텐(Qoo10)을 만들었다. 그리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 AK몰 등 국내 다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거침없이 인수했다.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 얘기다.

 

▲ 큐텐 구영배 대표. [KPI뉴스]

 

그러나 성공 신화는 더 이상 이어나가기 힘들게 됐다. 이번 사태는 초기에 단순 전산 장애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회사의 석연찮은 대응을 보면 재무 구조 자체가 취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티메프(티몬+위메프)는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구 대표의 사업방식은 '봉이 김선달식(式)'이었다. 돈 주고 사는 정상적인 기업 M&A(인수·합병)가 아닌 큐텐 주식과 피인수 기업 주식을 맞바꾸는, 이른바 주식 스와프였던 것이다. 이게 통하려면 큐텐의 기업 가치가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구 대표는 해법을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에서 찾으려 한 것 같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두발자전거는 쓰러지듯 대책 없는 확장정책은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큐텐은 유통마진보다는 물류에 더 관심이 있었다. 큐익스프레스라는 계열 물류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선 동남아에 기반을 둔 큐텐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티몬, 위메프 등을 인수했다고 봐야한다. 

 

큐텐 아래 모이면서 플랫폼별 특징도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이번 티메프 사태는 '글로벌 성공 신화'라는 서사에 굶주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큐텐그룹과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큐텐그룹은 총수인 구 대표가 국내에 머물며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밝혔지만 행방은 확인되지 않는다. 

 

모름지기 가라앉는 배에선 선장이 마지막까지 남아 끝까지 책임을 지는 법이다. 기업 총수가 뒷전에 빠져 있으니, 일선 판매 직원들이 슬슬 꽁무니를 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티몬, 위메프에서 언론 홍보를 책임진 간부들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일신상의 이유라며 사표를 내던진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티메프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부실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처음에는 판매자 연쇄 부도로 이어지겠지만 경우에 따라 카드사, 은행 등 금융권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다수의 판매자는 큐텐그룹 계열사들 지급 채권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선(先)정산 대출'을 받은 상태다. 

 

금융당국에 바람이 있다면 차제에 이커머스 결제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봤듯 현재 관련 업체들의 결제 정산 방식은 정상적이지 않다. 일반 소비자가 결제한 돈을 40~75일가량 갖고 있다가 나중에야 판매업체들에게 지급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이러니 "판매 대금으로 이자놀이 나 하는 것이 국내 이커머스 현실"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는 것 아니겠는가. 관계 당국의 해법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도 빠르게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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