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검사 출신 尹대통령의 '반국가세력론'은 어디에서 왔나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8-23 16:47:53

尹대통령 외교‧안보 참모 김태효의 대북‧외교관 주목
과거 주장들, 尹대통령의 반국가세력론과 같은 맥락
북한 인권 거론하며 강력한 대북 압박 필요성 강조
尹 최근 국무회의 발언‧8‧15 경축사 내용과도 유사

윤석열 대통령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노조, 학생운동, 대공 이슈를 다루는 공안검사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후 발언엔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던 공안검사의 음습함이 배어 있다. 최근 "반국가세력"(19일 국무회의) 발언도 그러하다. 대체 반국가세력이 누구인가. 실체가 있나, 가상의 적인가.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극우 판타지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의 극우 판타지, '반국가세력론'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이 대목에서 대중의 시선은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를 외친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꽂힌다. 김 차장은 윤석열 정권 외교안보 정책 실세인데, 과거 주장들이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론과 연결된다. 과거 신아시아연구소가 펴낸 계간지 '신아세아'(新亞細亞)에 쓴 글들이 특히 그렇다.

 

▲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방한 예정 외국 정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북정책에 국론이 모아지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2016년 봄호)에서 김 차장은 "대한민국 사회에는 소수이지만 잘 조직된 대남 통일전선전술의 친위부대들이 활거하고 있다. 개방된 민주주의 제도를 십분 악용하여 방종을 권리라 주장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2016년 봄호'에서 김 차장은 또 이들(민주주의 파괴자들)이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남한사회를 흔들고 무력화시켜 손아귀에 넣고자 수행하는 거짓 선동은 북한에 완성된 권력을 우리 사회에까지 확장시키는 권력투쟁의 정당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만 명에 불과한 종북 좌파 세력이 △정계 △학계 △언론계 △예술계 △종교계 등에서 메시지를 전파하는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경축사에서 "자유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 등을 지낸 '뉴라이트' 계열 인사다. 현 정부와는 정권 인수위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뉴라이트는 "해방 전엔 조선인도 일본 국민", "김구는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짖으며 일제지배 아래 미개한 조선이 근대화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다.

 

신아시아연구소는 이상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보수 성향의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다. 이 이사장과 김 차장은 사제지간이다. 김 차장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절 이 연구소 부소장을 겸직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 김성한 고려대 교수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한반도 통일 방안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흡수통일론'을 말한 것인데, 김 차장 역시 '신아세아'에서 수차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오공단(미국명 케이티 오) 미국 국방연구소(IDA) 동아시아 책임연구원의 신간 '북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기'(North Korea in a Nutshell)를 소개하며 "저자(오 연구원)는 통일로 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북한 주민들이 바깥 세상의 진실과 현실을 알도록 만드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호응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보접근권 확대를 제안한 것과 상통한다.

 

같은 계간지에서 김 차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여러 차례 다뤘다. 그는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이란 제목의 글(2021년 여름호)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가 보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무관심 내지 방치는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 문구와 배치된다"고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강하게 성토했다.

 

'한미 동맹의 정치적 결속력과 외교협력체제'라는 제목의 글(2018년 겨울호)에선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문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과거 25년간의 대북 핵 협상 경과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일관되고 효과적인 대북 압박만이 북한 정권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할 것", "한미 동맹의 중장기적 과제는 한반도에 자유민주 체제에 입각한 통일 국가를 세우는 것", "인권 외교는 장기간에 걸쳐 일관된 접근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 등의 메시지는 윤 대통령의 경축사 내용과 비슷하다.

 

김 차장은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정리에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6일 KBS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라고 발언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러한 생각은 100호 발간 기념으로 낸 '2019년 가을호'에 쓴 글 '신아시아 안보 질서 2030: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의 과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김 차장은 "내정 간섭하며 각종 경제 보복 조치를 가해 온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고 일본에 대해서는 전임 정부들을 거치며 한일 간에 이미 합의하고 조치가 이루어진 종군위안부와 강제 징용 피해 문제를 원점에서 새로이 제기하는 이율배반적인 선택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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