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울 없는 '울 머플러'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2-01 14:49:14
두 번 다 소비자의 검사 의뢰로 문제 드러나
덩치만 커졌지 제품 검수는 시장 옷가게 수준
캐시미어 제품으로 소비자를 속인 게 얼마 전 드러난 무신사가 이번에는 울(WOOL, 양털) 제품도 속여 온 것으로 밝혀졌다.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는 물론이고 울은 자연 소재의 섬유로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 섬유에 비해 훨씬 비싸다.
성분을 속인데 대해 무신사는 납품업체에 책임을 미루고 납품업체는 중국 공장에 책임을 떠넘기지만 무신사가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패션 전문가들이라면 너무 싼 가격의 캐시미어나 울 제품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고 성분 검사를 했어야 한다는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울 50%로 표시됐지만 울은 한 가닥도 없어
문제가 된 제품은 주식회사 선세의 브랜드인 247 서울의 울 머플러다. '프티 하프 머플러'라는 이름으로 3년 가까이 무신사에서 판매돼 왔다. 상품정보에는 울 50%, 폴리에스터 50%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가짜 캐시미어 머플러'에 의심을 품은 20대 여성 소비자 A 씨는 울 머플러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무신사 측에 '성분 검사 '결과를 문의했다. 그러자 무신사는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A 씨는 직접 연구기관에 울 머플러 제품의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해당 제품의 성분은 레이온 50.2%, 폴리에스터 31%, 나일론 18.8%라는 혼용률 시험성적서를 받았다. 울은 한 가닥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무신사 측에 알리자, 무신사는 그제야 A 씨에게 사과하고 머플러 검사비용을 지불하고 홈페이지에 환불 안내문을 게시했다.
가짜 캐시미어에 대한 미봉 대책이 가짜 울 머플러로 이어져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인 11월 초 이번에 문제가 된 브랜드인 247 서울의 '캐시미어 머플러'에 캐시미어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게 드러났다. 이 제품도 캐시미어 30%, 울 10%, 레이온 60% 제품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성분 검사 결과 폴리에스터 70.4%, 레이온 29.6%인 것이 드러난 것이다.
성분이 가짜로 표시된 것을 밝혀 낸 과정도 이번과 꼭 같다. 무신사 등 쇼핑몰이 검사를 의뢰한 것이 아니라 제품에 의심을 품은 소비자가 검사를 의뢰했던 것이다. 그때도 무신사는 납품업체를 탓했고 247 서울은 중국 공장에 책임을 돌렸다.
당시 무신사는 재발을 막기 위해 입점업체들에게 원단의 시험 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단 소재 확인은 '캐시미어'가 들어간 '머플러' 제품에 한정했다고 한다. 머플러가 아닌 제품 또는 캐시미어가 들어가지 않은 머플러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울이 없는 '울 머플러가'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무신사, 기업 가치 3조 원 넘는다지만 신뢰도 문제 있어
무신사는 상장 계획을 미루긴 했지만 이미 기업 가치가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이다. 2013년 매출 100억 원이던 것이 작년에는 7000억 원을 넘겼다. 10년 만에 70배 성장을 이룬 것이다. 여기에다가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기업이 가짜로 성분을 표시한 제품을 골라내지 못한다면, 어느 소비자가 믿을 수 있겠는가. 수많은 제품 모두를 일일이 성분 검사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싼 제품은 의심을 품는 게 무신사의 의무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직접 성분 검사서를 들이밀 때까지 문제없다고 버티는 것은 아직도 '시장 잡화상'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은 실력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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