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에 스타마케팅 중단한 신라면…우려보다 기대 큰 이유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4-01-25 14:22:56

가격 인상 시기 스타마케팅, 거부감 유발
스타마케팅 효과 분명하지만 리스크도 커
초코파이, 박카스처럼 일반인 광고 성공 기대

국내 1위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이 최근 TV 광고를 바꾼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출시 이후 38년 동안 사용해 오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문구를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으로 바꿨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가 남성 위주에서 벗어나 양성평등으로 바뀐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화제의 중심에 오른 것이 광고 모델을 손흥민에서 일반인을 바꾼 것도 최근의 스타마케팅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 농심 신라면의 새로운 광고 카피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 [농심 제공]

 

가격 인상과 함께 거세진 스타마케팅

2022년 이후 식품·주류업계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1년에 두세 차례 올리는 것은 다반사였고 용량을 줄이거나(슈링크플레이션), 품질을 떨어뜨리기도 했고(스킴플레이션), 여태 공짜로 주던 것을 따로 가격을 받는(스텔스플레이션) 수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원가 부담이 늘어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가격을 올린 이후 몸값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것을 보면 배신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맥도날드가 뉴진스를, 한국파파존스가 아이브를 발탁했고, 청정원은 '햇살담은' 브랜드의 모델로 대세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내세웠다. 또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모델로 한소희를 선정했다. 스타들의 모델료가 얼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략 1년에 10억 원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 울리는 스타마케팅

업체들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스타마케팅'에 열중하는 것은 이들의 인기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제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 가격을 올릴 때는 연예인의 친숙한 이미지를 활용해 소비자의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2년 동안 재료비와 인건비가 올라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변명을 입에 달고 살았다. 소비자도 오른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광고 모델료로 수십억 원을 지출한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불쾌감을 넘어 배신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스타마케팅에 지출하는 비용을 보면 원가 상승분보다 더 많이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타마케팅은 양날의 칼

물론 소비자의 평판으로 먹고사는 식품·주류 업계에서는 스타마케팅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타마케팅이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것도 아니다. 인기 연예인 이영자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치킨 업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선전비를 지출하는 '60계 치킨'을 보면 알 수 있다. '60계 치킨'은 2022년 1년 동안 광고선전비로 145억 원이 넘는 돈을 사용했다. 업계 1위인 bhc 75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늘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구나 '썩은 맛 나는 닭똥집(닭근위)'이 물의를 빚으면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스타마케팅 자체로도 위험 요소가 내재돼 있다. 유명 연예인 이미지를 활용해 단기간에 제품 인지도를 확장할 수 있지만, 광고 모델로 기용한 연예인이 사고를 쳤을 때는 역효과를 보는 경우도 흔히 접할 수 있다.

과거 '예진 아씨'로 불리던 배우 황수정을 비롯해 광고 모델의 스캔들로 광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최근에는 마약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유아인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경우 제품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초코파이, 박카스 등 성공한 일반인 모델 광고

신라면은 86년 출시 이후 스타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그 세월이 무려 38년에 이르고 거쳐 간 광고 모델을 보더라도 구봉서, 최수종, 박지성, 차두리, 송강호, 손흥민 등 당대 유명인 가운데서도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다.

물론 신라면이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데는 업계 1위라는 자신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림이 톱스타 이정재를 내세워 '더미식라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오뚜기가 BTS의 '진'을 광고 모델로 채용해 '진라면'의 시장 확대를 노리는 상황에서 38년간 이어온 스타마케팅이라는 타성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인을 모델로 한 광고 중에 소비자의 호응을 받은 것은 오리온 초코파이의 '정(情)'을 주제로 한 광고, 동아제약 박카스의 '새 한국인 시리즈' 등이 있다. 이 광고들은 제품 이미지를 높인 것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광고로 자리매김했다. 신라면의 새로운 광고도 이러한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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