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에 똬리튼 '사익추구 조직'…구멍 숭숭한 내부통제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4-02-02 14:11:23

대출 알선 대가를 임직원끼리 주고받기도
별도 법인 만들어 미공개 정보로 CB, BW 거래
도덕적 해이 극에 달해…내부통제·감시 기능 마비

메리츠증권이 작년 11월에 이어 최근에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두 차례 모두 일부 임직원의 사익추구와 관련된 것이다.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여러 임직원이 공모한 사례도 드러나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메리츠증권 사옥 [뉴시스]

 

부동산 PF 담당 임직원, 대출 알선 대가 제공

 

검찰은 지난달 30일 메리츠증권 본점과 박 모 전 본부장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를 보면 박 전 본부장은 자신이 맡고 있던 부동산 PF 업무와 관련해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본부장은 가족 명의의 법인을 내세워 9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11건을 취득했다. 이 가운데 3건은 처분해 100억 원에 달하는 매매차익을 챙겼다. 특히 부동산 취득자금은 모두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했는데 여기에 부하직원들이 동원됐다. 부하직원들은 박 전 본부장의 부탁을 받고 대출을 해 줄 금융기관을 알선한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대출 알선 대가로 박 전 본부장의 가족법인이 직원의 가족들에게 급여 등을 지급한 것이다. 그 규모가 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전기 주식 매도 수사과정에서도 임직원 사적 이익 추구 드러나

 

메리츠증권은 작년 11월에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화전기 주식 관련한 것이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 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5월 이화전기 주식이 거래정지되기 하루 전날 메리츠증권은 보유 중이던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거래정지에 따른 피해를 모면했을 뿐 아니라 90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 신청한 것은 거래 정지되기 3주 전이었다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이화전기 주식 매매과정에서도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가 발각됐다.

 

IB 임직원, 별도 법인 만들어 사전 정보 이용해 투자

 

기업금융(IB)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임직원이 사적으로 별도 법인(SPC)을 만들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 가운데는 이화전기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서 얻은 이익이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기업금융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돈이 될만한 CB나 BW는 별도 법인을 통해 직접 인수했다. 그리고는 이화전기의 주식거래 정지와 같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손해를 피해 온 것이다.

 

메리츠증권,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 극에 달한 듯

 

메리츠증권의 이러한 사례는 사적 이익 추구에 조직 전체가 한 몸이 돼 움직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임원을 중심으로 해당 부서의 많은 임직원이 개입돼 서로 크고 작은 사적 이익을 챙긴 셈이다. 개인적 일탈을 넘어 조직 전체가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메리츠증권이라는 직장 안에 그들만의 또 다른 회사를 차려놓고 사적 이익을 챙겨왔다는 얘기다. 

 

어느 조직이나 자신의 직무를 악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일탈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탈 행위를 막는 첫 번째 방어막은 바로 옆에 있는 직장 동료이고 두 번째는 감시·감독의 역할을 맡는 상급자이다. 그런데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메리츠증권은 돈이 되는 일이면 약간의 편법이 개입해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메리츠증권에 대한 시기심에서 비롯된 험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의 경영진이라면 이러한 소문의 진위 여부를 따져볼 책임과 의무가 있다. 개인적 일탈로 방치했다가는 더 큰 사고를 맞닥뜨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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