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캄보디아 공포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10-17 14:56:40
피해자 대부분 범죄에 동원…고문에 대학생 숨져 국민 공분
동남아 기피 확산…"징조 많았는데 정부 늦장대응" 비판도
▶ 때론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만 봐도 그렇다. "캄보디아에서 일하면 월 3000만원, 항공편·숙소 제공"이라는 글이 올라온다. 취업준비생이 그 말을 믿고 현지에 가면 공항에서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여권을 뺏기고 납치·감금돼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스캠 등 피싱 범죄에 동원된다. 여성은 유흥업소로도 끌려간다. 순식간에 범죄 소굴에 빠지는 무시무시한 '취업 사기'다.
▶ 더 큰 문제는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은 피해자를 폭행·고문하고 인신매매도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숨 걸고 탈출한 극소수 외엔 대부분 공포에 짓눌려 도망갈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죽어야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다. 최근 '한국 대학생 피살 사건'의 피해자도 고문 끝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출국한 지 불과 2주 만이었다.
▶ 충격적인 범죄 실태가 알려지며 한국 사회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캄보디아로 출국한 가족·지인과 연락이 끊겼다는 실종 신고도 잇따른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캄보디아 내 한국인 실종 신고는 550건이고 80여 명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캄보디아 이민국에 구금된 한국인 80명과 동일인물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하고 다른 지역의 경보 수준도 상향했다. 이제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캄보디아 포비아'다.
▶ 정부가 합동대응팀을 급파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적잖다. 화살은 지난 정부를 향한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8월 기준) 330건으로 폭증했다. 수년 전부터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여야 의원들이 2년간 혈세 1억1000만 원을 들여 캄보디아를 찾았지만, 정작 범죄 실태는 보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들이 본 건 '앙코르와트' 같이 아름다운 단면뿐일지 모른다. 이번 사태로 BJ 아영·서세원 사건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신호는 이미 있었다. 일각에서는 "쉽게 돈 벌려다 속은 것도 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그중엔 너무 절박했던 청년도 있었을 것이다.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고 싶었을지 모른다. 다시는 누군가의 절박함이 '지옥의 문'이 되지 않길 바란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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