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나를 예약하는 시간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06-27 15:16:51

우연히 발견한 무인 안마의자, 좁은 공간 안정감
늘 사람에 치이는 서울 일상 속 '소중한 아지트'
남과 나 사이에서 균형 맞춰주는 '혼자만의 공간'
▲ 챗지피티로 생성한 안마의자 이미지.

 

▶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점심을 먹었던 건물 1층에 '24시간 무인 안마의자'가 있었다. 예약이 가능한 QR코드까지 보였다. '안마의자 카페'도 아니고 그냥 '안마의자'라니. 좁은 공간에 뭐가 어떻게 배치돼 있을지 궁금했다. QR코드를 찍으니 예약 사이트에 연결됐다. 서로 다른 안마의자가 놓인 방 10개가 안내됐다. 각 기기의 특성이 적혀 있고 가격이 달랐다. 10분 단위로 예약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 결제를 하니 출입문과 방문을 여는 링크가 카톡으로 날아왔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방을 열었더니 안마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만으로 꽉 찬 공간에 작은 선풍기, 수면 안대가 비치돼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안마의자에 앉았다.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적막감이 오히려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안마의자와 나' 둘뿐이었다. 내가 예약한 건 안마의자가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었다.

 

▶ 가장 필요했던 시간이자 공간이었다. 서울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지하철·버스는 물론 길가에도 사람은 넘쳐났다.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왔다. 밀려가고 쓸려가는 게 일상이었다. 출퇴근과 점심시간엔 줄지어 이동했다. 앞사람을 지나칠 때도 부딪히지 않을까 살펴야 했다. 사람에게도 '깜빡이(방향지시등)'가 필요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휴대폰만 보고 걷는 좀비들도 피해야 했다. 사람이 이토록 많은 서울에서 나 홀로 '사람 피하기'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잠깐 한눈을 팔면 무조건 '충돌'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없는 공간이 고팠다. 이 작은 '무인' 공간은 날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 그렇게 그곳은 내 아지트가 됐다. 좋아하는 방도 생겼다. 점심 약속이 없는 날엔 당연한 듯 찾게 됐다. 내 하루를 들여다보니 그게 당연했다. 아이와 아침을 시작하고 '사람떼'와 출퇴근을 한다. 아이를 픽업해 저녁을 먹이고 씻고 재운다.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시간을 보낸다. 이 따스한 일상 속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 행복함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그 작은 공간이 소중하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고독한 안마의자에 있고 싶진 않다. 생각해 보면, 늘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다. 사람에 지치고 사람에 기운을 얻는다. 혼자는 외롭고 타인은 괴롭다. 아마 죽을 때까지 '남'과 '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쓰지 않을까. 지금은 안마의자가 내 삶의 '균형추'가 된 것 같다. 오늘도 여전히 혼자이고 싶지만 또 혼자이고 싶지 않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