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해외진출?…제약사, 수출 양극화 심화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12-08 14:14:31
보령 수출매출 비중 0.8%, 일동·제일 3%↓
"혁신신약 없인 글로벌 시장 공략 불가"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앞다퉈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수출 실적 양극화가 뚜렷한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연매출 기준 전통 제약사 10곳의 올 9월 말까지 해외 매출은 1조297억 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은 12.1%로 전년동기 대비 약 0.2%포인트 상승했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한미약품이 해외 매출을 끌어올렸다.
유한양행의 올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208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7%나 올랐다. 대웅제약은 17.7% 증가한 1166억 원, 한미약품은 10.5% 늘어난 2944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종근당도 5% 늘었다.
반면 보령과 HK이노엔,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GC녹십자는 해외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코로나19 후폭풍과 금리 변동, 전세계 경기 침체, 제약산업 규제와 약가 인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차이가 컸다. 한미약품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매출 비중이 20%를 넘겼고 동아에스티와 GC녹십자, 유한양행, 대웅제약은 1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머지 5곳은 5% 미만이었다. 이 중 보령이 가장 낮은 해외 매출 비중을 보였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0.8%로 전년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겔포스와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 공백 때문이다.
제산제 겔포스는 중국 현지 파트너사인 시노팜을 통해 중국서 판매돼 왔는데 올 8월 독점 판매계약이 해지되면서 매출이 1년새 94.2%(2022년 3분기 누적 63억 원→올 3분기 누적 4억 원) 뚝 떨어졌다.
카나브 패밀리는 보령의 자체 개발한 블록버스터 신약이자 간판 의약품이다.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 중심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 단일제·복합제 7종으로 구성된다. 국내와 동남아, 중남미에서 시판되는데 코로나 여파로 올 9월까지 해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4.9% 줄어든 10억 원을 기록했다.
보령 관계자는 "내년엔 물량이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가운데 지난 2월 멕시코 현지 파트너사 스텐달과 체결한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플러스' 라이선스 아웃 계약이 더해지며 매출이 회복세로 들어설 것"이라며 "겔포스는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영업·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령뿐 아니라 일동제약(1.8%)과 제일약품(2.9%), HK이노엔(4%), 종근당(4.2%)도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편에 속했다. 이 중 HK이노엔은 자체 개발한 블록버스터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낮은 비중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출시 이후 올 10월까지 478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해외 35개국에 기술수출 또는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했으며 7개 국가에서 출시됐다. 해외 매출은 지난해 4분기부터 발생, 올 9월 말까지 42억 원을 기록했다.
올 9월까지 해외 매출 비중이 전년동기 대비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동아에스티다. 25.8%에서 19.9%로 1년새 6%포인트 하락했다. 캄보디아 등에 수출하는 캔박카스가 전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0% 넘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반면 국내 매출은 전문의약품(ETC)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자체 개발한 신약을 갖고도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제네릭과 개량신약이 주를 이루므로 판관비 등 각종 비용과 현지 영업 사정을 고려하면 내수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신약이 아닌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이 규모의 경제인 점도 글로벌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다. 막대한 연구비용과 10여 년의 개발 기간을 소요하고도 임상에서 실패할 수 있다. 자친 큰 손실만 볼 수 있으므로 쉽게 발을 디디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약 라이선스 아웃, CMO(의약품 위탁생산), API(원료의약품) 수출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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