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지식재산의 미래를 한국이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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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5-09-25 14:02:50

지난 9월 4일 지식재산(IP)의 날 행사와 그 직후 지식재산처 출범이란 대통령 발표에 맞춰 쓴 두 차례 칼럼에서 우리나라가 지식재산의 과학·예술적 전통을 역사 속에 얼마나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지 열거하고 현재 한 지붕 세 가족으로 흩어진 지식재산 정책 관할을 통합해 강력한 지식재산 국가로 나아가자는 제안도 했다. 

 

지식재산의 과거와 현재에 이어 오늘은 지식재산의 미래라 할 '지식재산 경영(IP Management, IPM)'과 'IP 블록체인 토큰화'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전자(前者)는 기업경영의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IP 기반의 전주기 관리를 하는 산업혁신 이론이다. 후자는 AI 시대에 맞는 분산형 IP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아이디어다. 차례로 보자.

 

▲ IPM과 IP 블록체인 토큰화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IPM은 무(無)에서 유(有)로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 권리를 창출해 현행 시스템 내에서 등록, 관리하는 IP 전담 부서의 업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기업 경영의 시작부터 끝까지 IP 가치 창출 및 극대화에 초점을 둔 총체적 회사 운영전략을 뜻한다. IP는 특허, 저작권 등의 형태로 단순히 보유·관리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기업이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재산적 가치를 공시해 실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일으키고, 장부에 기재하며, 국제적으로 활발한 거래를 할 수 있을 때 반도체와 음악처럼 현대인의 일상에 필수적인 상품과 용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IP 상품과 용역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 몇 가지 개념을 정의한다. 지적 자본(IC, Intellectual Capital)은 IP를 인적 자본(Human Capital)과 함께 제4의 생산요소로 포함하는 이론체계를 말한다. 고전적 생산 3요소 토지, 노동, 자본에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더한 것이 신고전주의 경제이론이다. 슘페터는 제4의 생산 요소로 혁신(innovation)을 들었다. 혁신은 IC와 HC의 산물이다. 결국 같은 말인 셈이다.

 

지식재산과 비슷하지만 더 큰 개념이 무형자산(Intangible Asset)이다. 공장, 기계 등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형자산과 달리 특허, 기업경영 노하우 등 머릿속 아이디어를 말한다. S&P 500 지수에 따르면 1975년 미국 500대 기업의 무형자산 비율은 1975년 10%에 불과했다. 80년 30%, 90년대 60%로 올라오더니 2010년 90%에 달했다. 미국 기업의 90%는 무형 자산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이걸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진화로 오해하면 안 된다. 물론 금융, 유통, 관광 등 서비스업이 크게 성장하긴 했다. 하지만 제조업의 산업특허 등 물건 만들기 노하우는 여전히 큰돈이 된다. 퀄콤이 매년 한국 통신사에게 받아가는 라이선스나 네덜란드 ASML의 유일무이 반도체 노광장비를 생각해보라. 무형자산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분 없이 기업 이익창출의 원천이다.

 

무형자산을 권리화한 결과물이 바로 지식재산이다. 유형 자산처럼 거래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가치를 측정해 투자도 받고 담보대출로 금융도 일으킬 수 있게 고정(固定)시킨 국가공인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형자산의 공시제도와 회계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그것도 국제표준 확산을 염두에 둔 한국형 공시·회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그래야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무형자산 가치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기존의 단순한 IP 등록과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 국가들은 앞서가고 있다. 싱가포르 지식재산청은 무형자산 공시제(Intangibles Disclosure Framework)를 이미 운영 중이고, 일본은 지식재산 전망(IP Landscape) 전략 툴로 신사업을 탐색하거나 우위 경쟁력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 IP 기반의 경영 시스템이 기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조할 수 있다.

 

IP의 두 번째 미래는 '블록체인 토큰화'이다. 창작자 권리보호와 수익배분을 지금의 중앙집권 시스템이 아닌 민주화된 분산 네트워크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K콘텐츠의 선두주자인 음악업계에서부터 커지고 있다. 최근 열린 글로벌 IP·블록체인 컨퍼런스 '오리진 서밋 2025'에서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더블랙레이블 등 음원업계의 강자들은 K콘텐츠의 두 번째 도약을 위해 IP 토큰화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음악에서 출발해 영화, 공연, 패션, 캐릭터 등 2차, 3차 사업으로 확산되려면 투명한 유통망이 필수라는 것이다.

 

거래기록을 중앙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분산 관리하는 블록체인이 대안으로 꼽힌다. 오리지널 IP에 블록체인 표식을 부착하면 2차, 3차 파생 IP를 추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법복제까지 단속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복제 불가능한 자물쇠 달린 저작권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다음에 블록체인 IP를 토큰화해 잘게 쪼개면 시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대량 유통시키는데 유리해진다. 음악 산업에서 출발한 블록체인 IP 토큰화의 실험이 게임, 웹툰, 영화 등 다른 콘텐츠로 확산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디지털 선도국가로서 IP와 크립토 네이티브로 분류될 만큼 혁신역량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글로벌 지식재산의 미래를 대한민국이 이끌어갈 수 있다. IP KOREA로 도약하자.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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