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인가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5-11-13 13:44:07
중앙은행가 엇갈린 견해, 은행의 본질 떠올려
제도와 사람 포함 신뢰에 관한 접근 긴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인가. 또 핫도그는 샌드위치인가. 은행은 주류 금융(mainstream finance)의 전형인데 그 전형에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스테이블코인이 바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또 샌드위치의 전형은 예컨대 BLT 샌드위치인데 그 전형적인 샌드위치에 핫도그가 바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스테이블코인을 핫도그에 비유하고 핫도그를 샌드위치로 인정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자유은행(free banking) 시대가 있었다. 1837년부터 1864년 사이 미국 자유은행 시대에는 거의 누구나 은행이라고 선언할 수 있었다. 자유은행법이 정하는 최소 자본 요건과 운영 규칙에 따라서 자유은행들은 각자 지폐(banknote)를 발행하고 각 지폐는 액면가를 표시했다. 자유은행에 부과한 규칙 중 하나는 지폐에 대해 정부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지폐 1달러당 1달러 상당의 적격 채권을 예치토록 하는 것이다. 지금의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구조다. 그렇지만 당시 실제로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지폐는 액면가 대비 할인(discount)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유은행 중 하나였던 인디아나은행의 경우 지폐의 액면가 대비 할인율이 최고 80%를 기록했다. 더욱이 지폐의 시장 가치는 단기간에 걸쳐서도 매우 크게 변동했다. 미시건주 자유은행 지폐의 1839년 중 월별 할인율 변동폭은 13%에 이른다. 그래서 자유은행 지폐가 완전히 담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폐 소지자들은 은행 파산 시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스테이블코인의 옛 모습일 법한 자유은행의 신뢰가 문제였다.
주류 금융의 정점에 있는 중앙은행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매우 첨예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접근을 해온 영국 중앙은행에 최근 들어 눈에 띄는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스테이블코인이 상업은행 자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기존 입장을 완화했다. 베일리 총재는 지난달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체제(new stablecoin regime)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화폐에 대한 신뢰는 중요하지만 화폐 경제에 혁신을 이루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스테이블코인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외 결제 시스템 혁신을 주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이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의 신뢰 확보를 위한 조건에는 은행 예금보험과 같은 보험제도,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파산 절차에서 우선 채권자가 되도록 보장하는 파산법제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경험적으로 화폐에 대한 신뢰는 은행 규제, 예금보험제도, 파산법제 등을 통해 뒷받침되었다.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고 비은행이 신용 제공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도록 하여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화폐와 신용 제공을 분리할 수 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대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함의를 신중하게 고려한 후에야 이러한 공존을 지원하고 미래 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널리 사용되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systemically important)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선진 스테이블코인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긴요한 부분이 된다.
베일리 총재의 이러한 설명에 이어서 이번 주 들어 영국 중앙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의 목표는 혁신을 지원하고 새로운 형태의 화폐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지지 의견은 근래 뚜렷하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 증가는 소비자와 기업의 결제 시스템을 더욱 개선해야 할 시장 수요를 반영하며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금융안정 관련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이 자체적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달러 기반 은행 서비스 이용이 비싸거나 제한적인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점을 언급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이와 반대되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요아힘 나겔 총재는 혁신만을 위한 혁신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알려지지 않은 위험으로 인해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으며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어떠한 상황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왜곡된 인센티브가 잠재적인 뱅크런이나 시장 변동성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국 국가의 구제금융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중앙은행가들의 엇갈리는 견해를 접하면서 은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은행은 특수한가. 은행은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되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규제와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제럴드 코리건 뉴욕 연준 총재는 거래계좌의 제공,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유동성 백업, 통화정책의 전달경로 등이 은행의 본질적 특징이며 은행은 지급결제수단 운영자로서의 특수성을 지닌다고 했다. 은행의 특수성 논쟁은 시스템 위험(systemic risk)과도 연결된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특수한 기능을 하고 있고 제대로 기능이 수행되지 않으면 시스템 위험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규제를 통한 위험통제와 예금보험을 통한 보호가 불가피하다는 관점이다.
은행은 공공성을 지니는가.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는 은행의 특수성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근거라고 했다. 한국은행에서 은행감독원이 분리되기 이전 권위 있는 은행법 해설서였던 1993년 출간 '은행법 해설'에 의하면 은행은 본질적 기능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예금을 수입하여 각 경제주체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중개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예금통화의 창출·공급 및 지급결제기능을 담당함은 물론 통화신용정책의 중간매개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는 등 국민경제 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행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은행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완전히 자유방임에 맡길 수 없는 한계가 내재하며 은행의 공공성을 인정할 경우 은행 건전성과 영업행위 등 규제 당위성의 근거가 된다.
40년 역사의 실리콘밸리은행이 무너지는 데 40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미국 은행 위기는 은행 경영자, 감독당국, 중앙은행 정책결정자 모두의 능력과 판단의 한계를 보여주는 귀결이었다.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 지배(knowledge problem dominance)를 받는 인간 본연의 한계, 그리고 주류 금융은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은행의 본질은 신뢰이고 그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은행도 생존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예였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인가. 핫도그는 샌드위치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은행의 본질에 관한 문제를 포함하여 주류 금융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답하기 위해 신뢰에 관하여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성찰에서부터 주류 금융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된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아니 신뢰에 관한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제도와 사람을 포함하는 신뢰에 관한 접근이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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