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주마등] 남편의 덕질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 2025-05-16 14:06:22
내 분노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열정 있는 남편 부러워
'부부의날' 앞두고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것 응원하는게 사랑
#과거 남편에겐 누나 5명이 있다. '시누이가 5명?'이라고 놀랄 필요는 없다. 다행히(?) 친누나들은 아니다. 그 누나들의 정체는 1세대 걸그룹 '베이비복스'다. 남편의 '팬심'은 매우 오래 됐다. 중학생 시절쯤 시작됐으니 20년도 더 됐다. 과거 팬클럽으로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 시댁엔 남편이 그 누나들과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처음엔 다소 놀랐으나 빛바랜 사진만큼, 나 역시 그 '시누이'들과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그런 베이비복스가 지난해 'KBS 가요대축제'를 계기로 14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시작했다.
#너 그리고 남편도 활동을 시작했다. '완전체 무대를 또 언제 보겠냐'며 가요대축제 녹화에 가는 것을 허락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다 팬미팅·뮤지컬·연극 등 안 다니는 곳이 없다. 물론 내 허락 하에 이뤄진 일이다. 혹자는 SNS에서 남편의 '팬클럽 일기'를 보고 내게 "괜찮냐"고 묻곤 한다. 솔직히 가끔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긴 하지만, 대개는 괜찮았다. 철저한 분업 사회인 우리 집에서 남편이 맡은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것 역시 일종의 '취미생활'이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며 열정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뭐라도 좋아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 한편으론 남편의 열정이 부럽다. 어느새 난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많아진 '투덜이'가 됐다. 비도, 눈도 별로다. '못 먹는' 음식보다 '안 먹는' 음식이 더 많아졌다. 연예인도 이래서 '좋아했다' 저래서 '안 좋아한다'. 열정이 없는 이유를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찾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소개란 '취미'에 쓸 것이 사라졌다. 늘 적던 '독서, 영화 감상, 스케이트 타기'와도 멀어졌다. 남편 팬 활동의 보상인 '내 자유시간'엔 침대에 누워 있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남편의 덕질을 되레 응원하게 된다. "그래, 너라도 열심히 살아라"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 내 쿨한 태도는 우리 부부의 세월과 무관하지 않다. 우린 연애기간 5년·결혼생활 8년 도합 13년을 함께 하고 있다. 남편의 덕질을 질투하기엔 우리의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 과거엔 뭐든지 함께 하고 싶고, 함께 해야만 '사랑'이라 여겼다. 이젠 함께 하지 않아도,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응원해 주는 게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서로의 애정을 확인받기보다 건강을 염려하는 사이. '부부'보다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더 큰 동지. 손잡고 달리지 않아도, 목표는 같은 그런 관계. 우린 그런 부부가 됐다. 다음 주 부부의 날(21일) 다가온다. 남편에게 베이비복스 굿즈라도 하나 더 사줘야겠다.
KPI뉴스 / 김윤주 기자 kim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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