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에 따돌림"…아모레퍼시픽, 도 넘은 구조조정 도마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11-07 14:35:51

실적 부진 지속, 직원 구조조정 돌입
희망퇴직 거부 시 폭언과 감시, 따돌림
퇴직 강요 위해 공개적으로 업무 질책
아모레 "사실 확인 시 엄중 조치 예정"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아모레퍼시픽이 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희망퇴직 대상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아모레퍼시픽 부산 사업부에서 20여 년을 근무한 A 씨는 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퇴사를 거부하자 직장 내 괴롭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 아모레퍼시픽 부산 사업부에서 20여 년을 근무한 A 씨가 7일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압박을 받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경애 기자]

 

A 씨는 2019년 팀장에서 강등당한 후 대구, 포항, 함양 등 거주지인 부산과 먼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지난해엔 연고가 없는 서울 본사로 배치됐다.

 

그는 "본사 임원 B 씨는 A 씨가 퇴사를 지속 거부하자 CCTV 감시, 과도한 업무 지시, 모욕 비하 발언 등으로 압박했다"며 "이력을 들먹이면서 '팀장이었는데 이것 밖에 못하냐'며 신입사원과 비교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명과 탈모, 우울증, 불면증 등 갖가지 증상에 시달리게 됐다고 했다. A 씨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존감과 그럼에도 버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싫다"며 "20년 넘게 일한 직원을 비인간적으로 대한 회사에 사과받고 괴롭힘 가해자들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면서 최근 수년간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왔다. 매장 방문이 기피되고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와 매장 방문 기피, 소비 둔화 등이 원인이었다.

 

▲ 아모레퍼시픽 3분기 누계 실적 추이. [김경애 기자]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019년 4조2465억 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2조7479억 원까지 주저앉았다. 영업이익도 2019년 3분기 누적 3819억 원에서 올해 875억 원으로 4배 이상 줄었다.

 

이 과정서 비용 효율을 위한 직원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7일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21년 12월 말 5195명에서 지난해 말 4938명, 지난 9월 말 4596명으로 1년9개월 만에 600명 가까이 줄었다.

 

▲ 아모레퍼시픽 직원 수 추이. [공공데이터포털 데이터 재구성]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9월 11일 공식 출범한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 주최로 열렸다.

 

A 씨 발언에 이어 아모레퍼시픽에서 30년 넘게 일한 B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 6월 B 씨는 'RC(아모레퍼시픽 직원이 바깥에서 방문판매원을 모집하고 거래처에 등록시키는 일)'에 배치됐다. 이 직무는 당초 인력 구조조정 목적으로 조성됐으며 지난 7월 말 사업부 인원의 절반이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했다는 게 B 씨 주장이다.

 

노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노조 측이 회사 소관이라는 이유로 모르는 척 했다고 했다.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에도 외출해야 했고 지금까지 겪어보지도 못한 막말과 감시, 모욕, 퇴직 종용 등을 당했다고 했다.

 

▲ 올해 6월 'RC(아모레퍼시픽 직원이 바깥에서 방문판매원을 모집하고 거래처에 등록시키는 일)'에 배치된 B 씨가 7일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망퇴직을 강요당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발언하고 있다. [김경애 기자]

 

B 씨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내게 퇴직을 강요했다"며 "업무에서 배제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것이 괴롭힘의 시작"이라고 분개했다.

 

아모레유니온은 복수 노조로 설립된 이후 직장내 괴롭힘 중단, 복수노조 활동 보장, 합리적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4일부터 현재까지 장외 피케팅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도 신고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희망퇴직 강요 관련 진정 조사를 요구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번 직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지난 3일 해당 사안을 공식 접수했고 현재 철저하게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사규와 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상호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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