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RSU, 승계 위한 꼼수인가 책임경영 수단인가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4-01-18 14:35:18

김동관 부회장, 4년간 400억원 이르는 RSU 받아
현금 보수보다 많은 RSU 부여
승계 의혹 풀려면 RSU 부여·취소 조건 밝혀야

​이름도 생소한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이 재계 화제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자 승계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게 RSU를 대거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상속세를 피해 가려는 장기적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RSU, 임직원의 장기적 성과를 위해 미국 IT업계에서 시작

 

RSU는 미국의 IT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한 일종의 장기 인센티브 제도다. 성과를 고려해 임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부여하되 일정한 재직기간이 지나야 하고 약속한 성과 등 조건을 충족해야 실제 귀속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톡옵션은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주는 데 비해 RSU는 실제 주식을 지급하기 때문에 동기부여 효과가 크다. 또 RSU를 부여하는 시점에는 주식을 양도할 수 없고 일정한 재직기간이 지나야만 처분 가능하기 때문에 인재유출을 막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김동관 부회장, 현금 보수보다 더 많은 RSU 챙겨

 

한화그룹은 2020년에 일부 계열사에서 기존 성과급제를 폐지하고 RSU를 도입했다. RSU를 부여받은 날로부터 10년 뒤에 절반은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절반은 그때 주가로 계산해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그런데 김동관 부회장은 RSU가 도입된 이후 4년 동안 ㈜한화로부터 53만2000주, 한화솔루션에서 34만6000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10만4000주의 RSU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4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현금으로 받은 보수보다 RSU의 현재 가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상반기 보수를 보면 김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모두 46억2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런데 작년 상반기에 이들 세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RSU를 당시 주가로 계산하면 136억 원에 이른다. 하반기 현금 보수가 나와야 정확히 비교되겠지만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현금 보수를 받는다면 RSU의 현재 가치가 현금보수를 웃돌게 된다.

 

RSU, 김 부회장 입사 동시에 시작·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에게도 부여

 

일부에서는 한화그룹의 RSU가 승계를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RSU가 도입된 시점이 김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2020년부터라는 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근 임원도 아니면서 성과를 운운하며 RSU를 부여받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화그룹이 굳이 생소한 RSU를 도입한 것은 스톡옵션의 경우 대주주에게 지급이 금지되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 '오너'는 기업의 흥망과 같이하는 사람인데 10년이라는 재직기간 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RSU 규모 크긴 하지만 전체 발행주식의 0.2%∼0.7% 수준

 

이에 대해 또 다른 일부에서는 승계와 관련짓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 부회장이 ㈜한화로부터 4년 동안 부여받은 53만2000주의 RSU는 전체 발행주식에서 0.7% 남짓이고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받은 RSU도 각각 발행주식의 0.2%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화그룹의 승계 핵심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한화의 지분 22.65%를 어떤 방식으로 세 명의 아들에게 물려주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김 부회장이 부여받은 RSU가 승계를 위한 종잣돈의 일부가 될 수는 있겠지만 상속세를 피해 가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RSU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화 측도 RSU 지급에 대해 "성과급 성격보다는 책임경영과 기업 가치 제고 목적"이라며 "김 부회장 이외에도 전문경영인 등에게 RSU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부회장의 경영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라면 주요 계열사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게 더 간편하다"며 "RSU는 승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승계 친화적'이 아닌 '주주 친화' 기업으로 변모해야

 

그럼에도 한화그룹의 RSU가 승계와 관련한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은 그동안 한화그룹이 보여온 '승계 친화적' 행보 때문이다. 이에 반발해 지난 2022년에는 한화그룹 주식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김승연 회장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세 아들이 주주로 있는 비상장 회사는 폭탄 배당을 하면서 정작 실적이 좋은 상장사는 쥐꼬리 배당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한화그룹 주식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면서 승계 때문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배당성향으로 따지면 50%가 넘고 PER이나 PBR 기준으로 주가가 낮다고 하지만 국내 재벌그룹의 지주사들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일부러 주가를 누르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소액주주들의 항의를 달래기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결국 RSU와 관련된 의혹은 한화그룹이 직접 풀어야 한다. 우선 RSU에 부여된 조건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준으로 RSU를 부여하는지, 또 어떤 조건에서 RSU를 취소하는지 자세히 알려야 한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이 김 부회장에게 부여된 RSU가 기업의 성과를 제고하고 결과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킬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수긍할 수 있을 때 승계 관련 의혹은 풀릴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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