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인터뷰①] 그가 달라졌다 "저 사실 '노팅힐' 좋아합니다"

홍종선

| 2019-04-12 16:30:24

카리스마 배우 김윤석,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
알고 보면 '센스 앤 센서빌리티' 좋아하는 남자
섬세하고 웃음 넘치는 영화로 가려진 개성 뽐내

배우 김윤석이 마음에 들어온 건 2004년이었다. 영화 '시실리 2km'를 보는데 크지 않은 배역의 형사가 자꾸 눈에 띄었다. 동작 하나, 표정 하나 카메라가 잡든 잡지 않든, 관객이 이걸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그는 영화 안에서 형사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카메라는 그에게 잠시 머물지만 계속해서 수사를 하고 조직의 다이아몬드를 갖고 튄 주연 일당을 맹렬히 추격한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풍겼다. 간단히 말하면 진짜 형사 같았고, 좀 더 길게 말하자면 단 한 컷에도 그 인물의 전사(全史)를 다 보여 주는 내공이 엿보이는 배우였다.

그 뒤에 우리는 조연인데 주연으로 기억되는 영화 '타짜'의 아귀를 봤고, "4885, 너지" 연쇄살인마 지영민을 추격하는 엄중호를 만났고, '범죄의 재구성'을 비롯해 많은 영화들에서 맡아온 형사 연기의 끝판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아니라 상황이 쌓여가며 웃음을 주는 '거북이 달린다'를 보았다. 그 다음부터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영화 제목만 들어도 김윤석이 떠오르는 '전우치' '황해' '완득이' '도둑들' '남쪽으로 튀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해무' '극비수사' '검은사제들' '남한산성' '1987' '암수살인'을 통해 대체불가 명연기를 우리에게 선보였다. 언급하지 않은 영화들 속 연기도 사이사이에서 사랑받았다.

15년이 흐르는 사이 영화계 안팎의 많은 사람들은 "감독 하면 잘할 배우"라는 얘기들을 했다. 감독 디렉팅 아래 배우들과 힘을 모아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끼며 작업한다는 얘기들이 들렸고, '완득이'의 작은 배역을 연기한 큰 배우들로부터 '암수살인'의 공동주연 주지훈까지 많은 배움을 얻었노라 고마워했다. 함께 작업한 적 없는 유명 감독도 "이미 연극 연출도 많이 했고 자신만의 유머 감각이 있기에 잘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 '감독 김윤석'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 김윤석은 '과거'라 답한다. [쇼박스 제공]


하지만. 누구나 주변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진 못한다. 때로 기대만 모드다 끝내는 게 망신을 피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윤석은 해냈다. 영화 '미성년'(제작 영화사 레드피터, 배급 쇼박스)으로 자신의 이름 앞에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했다. 가장 먼저 묻고 싶었다. 감독 김윤석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인가?

"일단 저의 과거죠. 연극을 오랫동안 해왔고, 연극하면서 연출도 해왔고 그러면서 노하우를 얻었고요. 연출을 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다녔고 드디어 만났고, 발견을 한 거죠. 영화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연출의 꿈을 키웠습니다."

"끝내 개봉까지 하게 되는 일, 쉽지 않죠. '미성년'을 보시면, 투자가 흔쾌히 되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영화를 준비하다 결국은 포기하게 되는 케이스가 많잖아요. 저는 운이 좋게도 최종적으로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관객이 영화 '미성년'을 직접 보면 느낄 것이다. 행운만으론 불가능한 작업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오지게 재미있다. 결코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도 있다. 연기 디렉팅은 또 얼마나 잘했는지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 염정아, 김소진은 더욱 빛을 발하고 신인 김혜준, 박세진의 연기마저 출중하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으로도 시간은 잘만 가는데 상황이 쌓여가며 점점 커지는 웃음은 간만에 한국적 유머, 골계미의 유쾌함을 맛보게 한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준비해 놓고도 신인감독 김윤석은 떨었다. 언론과 배급사들에 첫 선을 보이는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그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체액이 마를 정도로 긴장한 거죠. 연기자의 위치에서 앉아 있는 자리와 다르더라고요. 연출자의 자리에서 앉으니 무엇까지 신경 쓰이냐 하면 신인배우들이 답변 머뭇머뭇 하는 것까지 마음이 가는 거예요. 세포들이 막, 다 뻗쳐 있는 거예요. 또 다른 저를 발견하는 자리였죠." 

 

▲ 영화 '미성년'에서는 또 다른 김윤석을 발견할 수 있다. [쇼박스 제공]


또 다른 김윤석. 그것은 시사회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영화 '미성년'만 보면 느낄 수 있다. 강한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했나, 이 사람이 이렇게 경쾌하게 재미있는 사람이었나. '즐거운 낯섦', 김윤석에 대해 새로운 생각들을 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강한 남자로만 보는 것) 굉장히 스트레스였어요, 잘 알지 못 하면서 왜 그렇게 보실까. 장르적으로 색깔이 뚜렷한 영화, 그 장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마초성이 강조돼 왔고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 싶어 어느 순간 포기했어요. 그냥 조용히, 계속해서 저를 보여드리면 언젠간 아시겠지. '미성년'이 첫 번째 카드예요. 두 번째 카드는 묵묵히 제 일을 해나가면 또 아시겠지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드라마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영화 좋아해요. 오랜 생명력을 지닌. 다시 꺼내 보면, 나이 들어 다시 꺼내 보면 새롭게 좋은 영화들요. '센스 앤 센서빌리티' ‘네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노팅힐' '8명의 연인들'…. 제가 이런 영화 좋아하는지 아무도 모르죠(웃음). 저는 '미성년' 선택할 때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한 거예요. 드라마와 캐릭터로 채워진, 사회적 위치나 직업이 아닌 개인에게 집중하는 이야기. 섬세하게 파고드는 이야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기사 이어집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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