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정치인의 행동'에 대한 믿음 깨야 집값 잡힌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10-10 11:21:23

말로는 "집값 잡겠다"면서 강남 아파트 보유하니 신뢰도 하락
보유세 강화·그린벨트 해제 등 '정치인 재산'에 상처 주는 정책 나와야

최근 집값 상승세가 무섭다. "자고 나면 오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7% 올라 3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도 4주 연속 확대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부동산R114 집계)은 15억574만 원에 달했다. 15억 원을 넘긴 건 역대 최초다. "한 주 만에 집값이 수억 원 뛰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 말라"고 못박았다. 대신 증권시장을 활성화해 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유입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 인사들도 수차 같은 의견을 표했다. 정부가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건 자금 이동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비쳤다. 

 

그럼에도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이 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6·27 대출규제에 이어 9·7 공급대책이 '반짝 효과'에 그친 것으로 평가되자 정부는 '패키지 후속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일정 부분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등 '세제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그러나 보유세 강화 얘기에 냉소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0일 "'높으신 분'들이 죄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갖고 있는데 보유세를 강화하겠느냐"며 "정치인의 말을 믿지 말고 정치인의 행동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참모 28명 중 10명이 강남권 아파트를 지니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여러 장관급 인사들도 강남권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강남권 아파트를 두 채 소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다주택자의 고위공직자 임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이 고위공직자가 되자 '나몰라라' 하는 셈이다. 언론 보도에는 그 중 한 채를 창고처럼 쓰고 있다는 근처 주민들의 말도 실렸다. 일반 서민은 평생 꿈도 못 꿔보는 강남권 아파트를 창고로 쓰다니, 보통 패기가 아니다.

 

이 대통령 본인도 과거 인천 계양을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에 보유한 자가를 매각할 의사를 표했으나 아직껏 실행하지 않았다. 재건축 동의서도 냈다. 분당 양지마을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돼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부동산 관련 정책을 결정할 힘을 지닌 정부와 여당 인사들 다수가 강남권 등 수도권 요지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니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보유세 강화 여부에 대해 "아마 만만한 다주택자만 두들길 것"이라며 "1주택자 보유세는 올라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관계 실세들이 웬만하면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들이 추가적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물밑 논의 중이라고 하는데, 말뿐인 대책이어서는 효과가 없다. 

 

1주택자라도 고가주택 보유자는 부담을 느낄 수준의 보유세 강화,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 후 '반값 아파트' 투하 등 정치인 본인들의 재산에 상처가 날 만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치인들이 재산가치 하락을 감수할 때 비로소 시장은 그 진정성을 믿게 된다.

 

시간이 없다. 이제 가을 이사철이고 벌써부터 전세난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려면 빠른 결단이 필수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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