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름 범벅 '폐컴프레서'가 고철?"…함안CRC 불법반출 의혹 확산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2025-10-24 14:05:46

부산진해경자청, CRC-수탁업체 '고철류' 계약 확인하고도 뒷짐
환경부 "기름 묻은 '폐컴'은 일반폐기물"…두달째 단속 나몰라라

국내 가전업체를 대표하는 대기업 자회사인 경남 함안 CRC(칠서리사이클링센터)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일명 폐콤프레샤)의 불법 유통 사실이 드러났으나, 두 달째 행정당국이 서로 눈치를 보며 이를 방치해 직무유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관련기사 KPI뉴스 2025년 9월 18일 '폐컴프레서 환경오염 실태' 등)

특히 함안 CRC와 위수탁계약을 맺은 업체를 관할하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부산진해경자청)은 기름 범벅인 '폐컴프레서'가 마치 고철인 것처럼 유통된 정황을 계약서를 통해 파악해 놓고도, 뒷짐만 지고 있어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 양산시 북정동 고철업체에 보관돼 있는 다량의 폐컴프레서. 우측 하단 빨간 네모 안 사진은 폐컴프레서를 분해하자 내부에 기름이 흥건히 남아 있는 모습. 이곳 폐컴프레서는 함안CRC에서 처음 반출된 것으로, CRC 계약업체(녹산공단 A 업체)를 거쳐 들여온 물량이다. [독자 제공]

 

24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함안 CRC는 지난달 초에 폐컴프레서 폐기물처리 위탁계약업체의 불법 재위탁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행정당국의 묵인 속에 지속해서 하루 40톤가량씩 물량을 반출시키고 있다. 

 

함안 CRC로부터 물량을 건네받는 곳은 부산진해경자청 관할지역에 위치한 A 업체다. 해당 업체는 2001년 CRC 설립 초기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폐컴프레서를 수탁 처리했다가 올해 6월 다시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처리량이 4000~5000톤으로, 매입비로 따지면 무려 5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당초 불거진 문제는 A 업체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가 다른 업체로 마구 떠넘겨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관련 법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체가 원형 그대로 다른 업체에 반출하면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위·수탁계약 업체는 공동 책임이다. 

 

함안CRC, 당초부터 기름 범벅 '폐컴' 불법반출 정황

CRC→녹산공단 A업체→고철업체 연결고리 확인돼

 

기름 범벅 상태의 폐컴프레서 수천 톤이 폐기물처리 권한마저 없는 일반 고철업체까지 넘어간 정황은 취재진에 의해 곳곳에서 확인됐다. A 업체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는 확인된 곳만 3곳(녹산공단 B, 김해시 C, 양산시 D)으로 흩어졌다. 김해와 양산시에 있는 업체 2곳의 경우 폐기물처리 허가마저 받지 않은 일반 고철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진해경자청은 뒤늦게 함안 CRC 계약업체(녹산공단 A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두 업체의 매매 계약 내용이 '고철류'로 명기돼 있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탁업체의 독자적 불법 행위가 아니라, 함안 CRC가 애초부터 '일반폐기물'로 지정된 폐컴프레서를 '고철'로 매각해 왔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경자청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약서 내용이 '고철류' 위수탁 계약이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폐기물로서도 고철이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불법성으로 규정하기가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순환자원 지정고시 해설서에 따르면, 폐금속류(고철)가 되기 위해서는 '폐컴프레서의 이물질 무게가 2% 이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자청 관계자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폐컴프레서의 성분상 순수 고철 분량은 전체 무게 기준으로 최대 60%가량이고, 나머지는 폐유·폐전선·구리·알루미늄·폐자석·아연·신주·유리섬유(지정폐기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진해경자청 "고철류 계약 사실 확인했으나, 단속 애매" 발뺌

환경부, 리사이클링센터 회신에서 "기름 5% 있으면 지정폐기물"


▲ 지난 2005년, 환경부가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질의에 대해 회신한 공문. 여기에는 폐컴프레서가 지정폐기물이고, 다만 기름성분 5% 미만일 경우 사업장 일반폐기물에 해당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폐컴프레서'가 일반폐기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은 이미 20년 전에 리사이클링센터(RC)를 대표해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질의한 공문에 대한 환경부의 답변에도 명확히 나와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협회의 질의 요점은 폐컴프레서가 지정폐기물인지 일반폐기물인지 여부를 묻는 것으로, 이미 단순 고철로 재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환경부는 당시 협회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분리·세척을 통해 묻어 있는 폐유를 분리해 (기름성분) 5% 미만 함유하게 되면 사업장 일반폐기물에 해당된다'고 분명히 했다. 기름성분이 5% 이상이면, 일반 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빠트리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할 행정당국은 환경부의 폐기물 관련 지침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관할 지자체가 단속을 머뭇거리자, 경남도 환경정책과는 지난달 10일께 환경부에 폐컴프레서 폐기물 분류법에 대한 공식 질의를 했으나, 40여 일이나 지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라 공식 답변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폐컴프레서에 기름이 묻혀 있다면, 고철로 처리할 수 없는 '일반폐기물'"이라며 " 해당 지자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한편 CRC의 '폐컴프레서' 불법 반출 논란은 지난 8월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위치한 두 곳의 고철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고철 야적장에서 기름 유출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재활용업계 전문가에게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8월께 현장을 확인한 재활용업계 관계자와 함께 취재진이 출처를 추적한 결과 배출지는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리사이클링센터(ESRC)로 파악됐다. 이곳 삼랑진 리사이클링센터 운영자는 함안 CRC 출신으로, 역추적 과정에서 함안 CRC의 불법 배출 의혹으로 이어졌다.

 

▲ 지난 9월 초, 부산경제자유구역청 관내에 위치한 CRC 위탁 폐컴프레서 처리업체 모습. 이 업체는 공장 안에 다른 업체를 입주시켜 놓고 위탁받은 폐컴프레서를 원형 그대로 떠넘기고 있었다. [박동욱 기자]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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