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상생'의 의미 모르는 금융당국에 지쳐가는 금융권
황현욱
wook98@kpinews.kr | 2023-12-29 12:13:07
상생금융,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해야
올 한해 금융권은 '상생금융'이란 단어에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시달렸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이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며 '은행 돈 잔치'라고 질타했다. 이 말로 시작된 '상생금융' 이슈는 올 한해 내내 금융권을 달궜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을 순회 공연하듯이 방문하고 은행들은 '상생금융안'을 발표했다.
은행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은 맞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경제 원리에 맞춰 이익을 낸 게 문제가 된다는 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금리가 올라 은행이 이익이 급증했으니 상생해야 한다면, 금리가 하락해 은행 이익이 감소했을 때는 정부가 메꿔줄 건가.
그나마 은행은 확실히 큰 이익을 내기라도 했지만,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권에 그치진 않았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카드사를 비롯해 보험사까지 '상생금융' 동참 압박이 금융권 전반적으로 확대됐다.
은행과 달리 카드사는 고금리로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국의 상생금융 드라이브에 맞춰 2조 원 넘는 금액을 상생금융안으로 내놨다.
그럼에도 상생금융은 끝나지 않았다. 하반기 들어 윤 대통령의 '갑질', '종노릇', '독과점' 언급에 상생금융 시즌2가 시작됐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자 릴레이 간담회를 여는 등 각 업권에 상생안 마련을 당부해왔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안을 내놓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당국에서 규모와 지원 대상, 방향을 정해주는 것은 말이 좋아 상생이지,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
상생은 서로 공존하면서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봐야 한다. 지금 상황이 과연 '상생'인지,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 인지.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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