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생토론회 정책 이행에 총 1274조…세부내역 살펴보니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04-26 17:58:30
반도체 투자 622조, 건설·주택·교통 대책에 340조 등 소요
재탕 편성에 선심성 지적되자 정부 "업무보고 업그레이드"
24회 민생토론회 예산에 통상 업무계획 더하면 1640조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각종 정책과 사업을 이행하려면 총 1274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정부 예산(656조6000억 원)의 2배에 해당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KPI뉴스가 지난 1월 4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가 민생토론회와 관련해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책·사업 추진에 드는 예산은 1274조 46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석달 가량 전국에서 24회 개최된 민생토론회에서 예산·사업비 등이 언급된 항목이 64개였는데, 여기서 제시된 금액을 모두 합친 수치다.
64개 항목 중에는 토목·건축·시설 투자 등 지역 개발 관련 금액 비중이 높았다. 건설과 주택 공급·교통 대책 등에서 모두 340조 원이 넘는 자금 투입이 약속됐다.
단일 정책 금액으로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 투자를 통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내 팹 16기를 신설한다는 계획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러 지역 숙원 토목사업들에 대한 공약도 쏟아졌다. 부산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대전 제2연구단지 조성,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광주~영암 초고속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제2연구단지 조성에는 3조 원이 넘는 예산이 사업비로 제시됐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책·사업들은 엄청난 비용 뿐 아니라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변수가 많아 실현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프로젝트가 한둘이 아니었다. 부산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는 부산시가 2022년부터 민간 제안사업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금리 인상과 원자재 상승, 건축경기 하락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며 동력을 잃은 바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지난해 4월 특별법이 통과돼 지난해 말에야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광주~영암 초고속도로는 사전기획조사 용역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중복된 항목도 적잖았다. 1차 민생토론회 회의에서 발표한 온누리 상품권 1조 원 확대와 스타트업 코리아펀드 조성은 10차 때도 언급됐다. 외국인 투자 현금지원 예산 4배 확대는 1차와 3차에서 모두 거론된다. 187만 명 개인사업자에게 이자 1조6000억 원을 돌려주는 것과 금리가 5~7%인 대출상품 중 이자를 일부 지원하는 정책은 4차와 10차 때 모두 나왔다.
일부 정책은 재탕됐다. 지난해 산업부와 기재부는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360조 원(전년 351조 원)을 공급하겠다고 했으나 345조 원 달성에 그쳤다. 이는 올해 민생토론회에서 역대 최대 355조 원(전년 345조 원)을 공급하는 것으로 재활용됐다.
민생토론회는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선심성 총선용 정책'이란 비판을 들었다. 정부는 "기존 각 부처 업무보고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 외에는 업무계획을 따로 발표했는데, 민생토론회 항목을 빼도 367조 원 넘는 예산이 약속됐다. 총합이 1640조 원을 넘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26일 "현장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민생토론회에서 대규모 개발정책과 지역 숙원 사업, 선심성 정책 추진 계획들이 발표됐다"며 "지금 건설경기가 엉망이고 되던 사업도 엎어지는 마당에 정부 예산 10%에 민자를 끌어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생토론회를 두고 부처 간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예산 적절성 여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7일 정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의 효과성 측면에서 모든 분야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해보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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