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계약서 법 위반 논란 놓고…연돈볼카츠 vs 가맹점주 '2라운드'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7-15 17:39:58
"현 가맹사업법, 판매 가격 변경 시 '합의' 아닌 '협의'로 규정"
더본코리아 "합의 종용한 적 없고 일부 매장은 가격 변경"
업계 "가격 구속으로 본사가 본 이익 적어 처벌 수위 낮을 듯"
서울 관악구에서 더본코리아 외식브랜드 '연돈볼카츠'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3월 본사(가맹본부)에 메뉴 가격 인상을 요청했다. 개점 전 20%대를 기대했던 수익률이 10%대에 머물자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때마침 A씨가 참여한 가맹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원 8명도 뜻을 같이 해 본사에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 ▲ 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연돈볼카츠 가맹본부 앞에서 연돈볼카츠 가맹점 피해 사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된다"였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회사 관계자는 "값을 올리면 소비자가 지갑을 닫아 되레 매출이 떨어진다"며 반대했다. 가맹계약서에 '가격 인상은 본사와 합의해야 한다'고 돼 있어 A씨는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외부기관(전국가맹점주협의회)으로부터 자문받는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쓴 가맹계약서가 가맹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뒤늦게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는 지난해부터 유명 방송인 백종원 씨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와 매출 감소 책임을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이번엔 본사의 상품 판매 가격 구속 행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들은 가맹계약서가 불공정하게 작성됐다는 입장이다. 더본코리아는 계약서엔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현행 연돈볼카츠 가맹계약서 12조 1항에는 "메뉴에 대하여 '갑'(가맹본부)이 제시한 표준 판매가격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13조 1항엔 "위 12조 1항에도 불구하고 '을'(가맹점주)은 '갑'과 '합의'하여 판매 가격을 달리 판매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협의회 가맹점주들은 '합의' 부분이 본사의 가격 구속행위를 금지한 가맹거래법 12조 1항과 시행령 1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맹거래법 시행령 제13조(별칙 2)는 가격 변경 시 양자 간 사전 '협의'하는 것 등을 빼고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점사업자(가맹본부)가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협의회 가맹점주들이 "가맹계약서 문구가 '합의'가 아닌 '협의'로 작성 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 시행령을 근거로 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자문위원장(가맹거래사)은 15일 "가맹점주들이 여러 번 판매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더본코리아가 거절한 것도 가맹점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가 인상된 식자재값은 그대로 받으면서 판매가를 고수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비판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주요 식자재인 식용유 값은 2022년 1월 26일보다 24%, 중화유는 17% 올랐다. 하지만 볼카츠 판매가는 같은 기간 똑같이 개당 3000원이었다.
공정거래위는 지난 2004년 전원회의를 열고 풀무원샘물의 가맹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가맹사업자가 가맹점주에게 제품 판매 가격 준수를 강요한 행위가 가격 구속 행위에 해당한다"고 의결했다. 가맹점주 손을 들어준 결정이다. 협의회 가맹점주들은 이 의결도 근거로 내세운다.
판매 가격 구속 행위와 관련해 양측은 지난해 말 진행된 경기도 분쟁조정위 회의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가맹본부인 더본코리아는 "계약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합의를 종용하지 않았고 일부 가맹점은 가격 조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더본코리아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변호사는 "최근 법원이 서면 동의에 대해서도 합의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한 판례를 근거로 봤을 때 합의와 협의라는 두 단어 만으로 법 위반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가맹점주들은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맞서 더본코리아도 같은 기관에 사전 심의를 요청했다. 공정거래위가 나서 위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접수된 사전 심의 신고서에는 예상 매출 등 허위 과장 정보 제공과 판매 가격 구속 행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더본코리아의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실제 처분은 경징계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 가격 구속으로 가맹본부가 본 이익이 적기 때문에 공정위가 이를 근거로 중징계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백다방, 새마을식당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29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직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난 주말 사이에도 양측 간 격돌은 계속됐다. 백 대표는 지난 13일 방송된 MBC TV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가맹점주들이) 영업 사원이 영업 활성화를 위해 한 말을 꼬투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방송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거의 모든 가맹점주가 허위·과장된 매출액과 수익률 등을 들었다"며 "일부 영업 사원의 발언이라도 가맹사업법 위반 사안"이라고 반격했다.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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