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보이지 않는 손'과 '공감의 룰' 절실한 의대증원 사태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4-03-25 13:34:25

UN 3·20일 세계행복의 날 행복순위 발표, '건강한 삶 기대' 포함 韓52위
같은 날 의대증원 의료계 극렬 반대 속 대학별 배정···역설적 시간 일치
애덤 스미스 다시 읽을 때···'보이지 않는 손', '공감의 룰' 의료에 작동해야

행복(happiness)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상주의자답게 인식(knowledge)과 미덕(virtue)에 헌신하는 삶을 행복이라고 보았다. 인류에게 근본적으로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기에 UN은 2012년부터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로 정하고 연례 '세계 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해 왔다. 이 보고서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 건강한 삶의 기대(healthy life expectancy), 자유(freedom), 관대함(generosity), 부패에 대한 인식(perceptions of corruption) 여섯 요소로 각국의 행복을 평가해 왔다. 

 

UN이 2024년 '세계 행복의 날'에 즈음하여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에서 52위를 차지했다. 핀란드 1위, 덴마크 2위, 스웨덴 4위, 네덜란드 6위, 노르웨이 7위, 스위스 9위, 호주 10위, 캐나다 15위, 영국 20위, 미국 23위, 독일 24위, 프랑스 27위, 싱가포르 30위다.

 

▲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공교롭게도 '세계 행복의 날' 3월 20일 한국에서는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와 이를 표출하는 집단행동 속에서 의사 공급을 늘리기 위한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이 대학별로 배분되었다. 의료는 UN이 인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의 하나로 평가한 '건강한 삶의 기대'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계속해 온 일부 전공의들에 이어 일부 의대교수들마저 사직 등 집단행동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의료비상 시기에 2000명 증원의 대학별 배분일이 '세계 행복의 날'과 일치하게 된 것이다. 마치 역사의 신이 연출이라도 한 듯한 극적이고 역설적인 시간의 일치(coincidence)가 상징적이다. 143개국 중 52위를 기록한 한국의 행복 순위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행복과 밀접한 '건강한 삶의 기대'를 높이는 데 의료가 수행하는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금번 시간 일치의 역설은 시사하는 바 있다. 플라톤의 행복론인 인식과 미덕에 헌신하는 삶에 동의하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우리에게 필요한 미덕의 규범은 무엇인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 애덤 스미스를 소환하게 된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 집필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언급하며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이기심 덕분이라고 했다. 개인은 일반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지도 않거니와 스스로 얼마나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안녕과 이익을 위하여 행동할 뿐이며 이렇게 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목적도 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사리(私利)를 추구하는 가운데 공익(公益)도 저절로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개인의 활동이 사회의 공공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은 전지전능한 신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하여 수요와 공급이 스스로 조절되는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의사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의료 서비스를 구입하는 사람은 없고 농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쌀을 사는 사람도 없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와 농업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애덤 스미스는 1759년 집필한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공감할 수 있는 룰과 질서를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시장의 또 다른 작동원리인 공감의 룰이 전제되어야 함을 말한 것이다.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인간 본성이 공감할 수 있는 룰을 통해 더 많은 행복과 자유와 부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 본성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단초가 된다는 사상은 인류 문명의 모습에 대한 성찰과 함께 더 나아가 이를 달성하는 바람직한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고 하겠다. 의료와 교육은 시원적(始原的)으로는 자유방임에서 형성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역사의 진화와 함께 '보이지 않는 손'뿐만 아니라 도덕감정론의 공감할 수 있는 룰과 질서의 범주로 들어오게 된 맥락이 있다. 즉 의료와 교육이 시초부터 면허와 인가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공공재로서의 역할 확대와 함께 어느 정도의 정부개입과 어느 정도의 자유방임을 부여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성찰 및 판단의 문제가 늘 내재되어 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현실에서 직면하고 있는 의료와 의대교육 이슈의 본질 또한 일면 리버럴리즘(liberalism)과 사회계약을 바라보는 인식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의대 정원 증원 이슈가 행정법원에서 소송으로까지 진행 중인 형국이기에 의료와 교육에 있어 '보이지 않는 손'과 공감의 룰이 함께 작동되어야 할 당위가 더욱 크다.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먼저 국민이 건강, 의료 등을 포함한 총체적 삶의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불행과 불만족의 원인을 직시하고 이를 줄여주는 것이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MIT 등의 연구에 따르면 높은 삶의 만족도는 집권당의 선거 승리를 예측하게 하는 합리적인 지표이며 불만족이 큰 유권자는 포퓰리스트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눈앞의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국민의 행복 추구 및 증진은 정부의 보편타당한 책무이자 존재 이유다.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 일각이 '보이는 손(visible hand)'을 과대평가하려는 과다확신 오류와 집단사고 오류에 빠질 우려도 있기에 국민의 행복과 밀접한 '건강한 삶의 기대'와 관련하여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과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인간 본성이 공감하는 룰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행복 순위 세계 52위는 그러한 역량과 노력에 따라 앞으로 더 상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을 때다.


▲ 조홍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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