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아사다, 피겨영웅 피살 소식에 "믿을 수 없다"
홍종선
| 2018-07-20 11:30:13
카자흐스탄에 첫 번째 피겨 스케이팅 메달을 안겨 주었던 데니스 텐의 사망소식은 우리에게도 가슴아픈 사연을 남겼다. 고향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백주노상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려 과다출혈로 스물다섯의 청춘을 마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아닐수 없다.
카차흐스탄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사망이 국내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뉴스 토픽, 연예스포츠 토픽에 동시에 오르며 큰 관심을 받고 대중이 깊은 애도를 표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선수 이력에 ‘한국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라고 게재돼 있을 만큼 데니스 텐은 한국이라는 뿌리를 소중히 여겼다. 데니스 텐은 구한말 의병장인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이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알렉산드라 김이 데니스 텐의 친할머니다. 데니스 텐은 한국계 아버지 유리 엘렉산드로이치 텐과 한국계 어머니 옥산나 엘렉씨예브나 텐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테니스 텐은 그저 이력 한 줄로 뿌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민긍호 선생의 묘를 방문했고 민 선생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으며, 한국 역사책을 읽으며 뿌리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다.
국내에 데니스 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4년부터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며 카자흐스탄에 첫 번째 피겨 스케이팅 메달을 안기며 영웅이 되고, 김연아의 현역 은퇴 아이스쇼에 참가해 국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에 둥지를 튼 게 모두 2014년의 일이다. 특히 김연아의 소속사로 적을 옮긴 것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선택이었다. 비록 대회를 앞두고 오른쪽 다리 인대를 다쳐 수상권에서는 멀어졌지만 “나의 뿌리인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밝혀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솥밥을 먹는 각별한 사이였기에 피켜퀸 김연아가 받은 충격도 클 터. 김연아는 20일 자신의 SNS에 고인과 찍은 사진과 함께 “데니스 텐의 비극적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또 “데니스는 정말 성실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였다.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너무나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을 추억하고 애도를 표했다.
국내를 비롯해 일본, 러시아, 미국 세계 각국의 스케이터들이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 글들을 보면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남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으며 자신의 일에 대해선 굉장히 창의적이고 열심인 선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피겨 여자싱글의 간판 최다빈 선수는 SNS에 영문으로 “데니스 텐의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에서 날 챙겨주고 힘이 돼 줬던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텐이 내게 해 준 마지막 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김연아와 좋은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도 SNS에 데니스 텐과 찍은 일상 사진과 함께 “왜, 도대체 왜, 믿을 수가 없다. 믿고 싶지 않다. 소중한 동료의 생명을 뺏기는 건 힘들고 슬프다. 일본 아이스쇼에 오거나 카자흐스탄 아이스쇼에 불러 주기도 했고 캐나다, 러시아에서 함께 연습하며 바비큐를 해 먹기도 했다.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고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명복을 기원한다”고 고인의 가는 길을 함께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싱글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역시 “데니스는 피겨스케이팅 계에서 가장 비범하고 창조적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사망을 믿는 건 불가능하다. 믿고 싶지 않고 믿을 수 없다. 데니스 텐과 가까운 모든 분들께 조의를 표한다. 그의 웃음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슬퍼했다. 러시아 선수 예브게니 플루셴코도 “충격적 소식에 할 말이 없다. 데니스 텐은 훌륭한 인간이자 뛰어난 스포츠맨이었다”고 존의를 표하는 것으로 슬픔을 전했다.
미국의 피겨스타 그레이시 골드는 SNS에 “세상은 친절하고 뛰어나고 재능 있는 영웅을 잃었다. 피겨스케이팅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추억 중 하나는 데니스와 함께 훈련한 것이다. 함께 사진을 찍고 락커 룸에서 장난치던 데니스는 상대를 웃게 하는 방법을 아는 친구였다. 데니스가 정말 보고 싶을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고인의 밝은 인성을 추억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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