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의혹 '윤중천 별장'…4년째 경매 지지부진, 왜?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4-02-07 16:05:29
지분 소유자, 이미 별장·토지 등에 유치권 신고
유치권 신고로 입찰자 매수 부담…낙찰가 반값으로 ↓
경매 업계 "유치권 신고 받아주는 법원 관행이 문제"
지난달 24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리. 여느 시골 풍경과 다름 없는 이곳에 한때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건물이 있다. 지난 2013년 '김학의 별장 성 접대 사건'이 불거진 '윤중천 별장'이다.
별장은 인적이 드문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에서 별장까지 가려면 중간 한 펜션을 거쳐야만 한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지난달 24일 펜션 입구에 '이곳은 사유지입니다. 허락 없는 침입을 금지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별장 접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별장 주위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로 빽빽한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 별장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알 수 없을 만큼 도로와는 떨어져 있었다.
▲ 지난달 24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리에 위치한 한 별장. 일명 '윤중천 별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사건이 불거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김명주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2021년 6월 대법원이 성 접대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免訴)를 확정하면서 실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흥미로운 재판이 최근 끝났다. 지난 2012년 권 모 씨는 이 별장에서 윤중천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수사해달라는 취지로 고소장을 냈다가 윤 씨 측으로부터 무고 혐의로 피소됐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도 지난달 14일 권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권씨는 이 별장과 인연이 깊다.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A영농조합법인은 2014년 경매로 넘어가기 전까지 이 건물을 소유했다.
하지만 권씨가 실제 소유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2014년 2월 윤씨 사기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최규현 부장판사) 재판부는 "윤씨가 2004년 12월 정산리 토지(별장지)를 매수하여 자신의 사촌 형, 조카, 매형, 내연녀(권모 씨) 명의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완료했고 여기에 60억 원을 들여 건물 6동을 지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윤씨가 실질적인 소유자였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A영농조합법인이 사실상 '윤 씨 소유 회사'라고 판단했다.
윤중천 별장은 2020년 7월 경매로 넘어가 매각이 진행 중이다. 현재 김 모, 고 모 씨 공동 소유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6건으로 근린시설 1건, 전(田) 1건, 답(畓) 2건, 주택 2건이다.
가장 비싼 것은 근린시설로 신고된 3406㎡(1030평) 건물이다. 감정가는 26억9200만 원. 이어 198㎡(60평) 규모 주택(감정가 2억8800만 원)과 158㎡(48평) 주택(감정가 2억8758만 원)이 있다. 607㎡(183평), 346㎡(104평) 규모의 답과 1112㎡(336평) 규모의 전도 입찰에 부쳐졌다.
매각 속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더디다는 평가다. 왜일까. 걸림돌이 되는 물건은 최고 감정가의 근린시설이다. 경매가 개시된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물건을 사겠다고 나선 이들이 없어 유찰이 반복됐고 채권자가 낸 기일연기 변경이 계속 신청됐다.
이 물건은 2022년 5월 말 25억3000만 원에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못하면서 재경매에 부쳐졌다. 같은 해 8월8일 13억1201만 원에 이 모 씨가 단독으로 낙찰받았고 법원은 약 일주일 뒤인 16일 최종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절차였다.
2022년 9월 7일 법원이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지분을 공동소유한 김 모 씨가 낙찰자 이 씨를 상대로 낸 '유치권 신고'를 법원이 받아주면서다.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은 법원경매 시장에선 기피 대상으로 분류된다. 낙찰 후 소유권 이전이 된 후에도 관련 소송이 이어진다. 실제 소유권 행사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별장은 과거에도 '경매 개시→유치권 소송 →경매 지연'이라는 패턴을 반복했다. 유치권 신고는 낙찰자 또는 경매 참여자에게는 부담거리다.
일반적으로 낙찰 후 유치권 신고가 들어오면 법원은 낙찰자에게 유치권 부담 의사를 묻는다. 만약 이때 낙찰자가 유치권을 거부하면 법원은 직권으로 경매 허가를 취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매전문가는 7일 UPI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물건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경매를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 유치권이 신고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2014년에도 허위 공사계약서와 지불각서 등을 내세운 허위 유치권 신고로 실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법원이 경매물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별장에 위치한 조경수, 조경석, 수석 등이 내연녀 권 씨가 대표로 있는 영농조합법인 소유라고 주장하는 등 입찰을 방해했다.
법원 경매업계에선 현재 설정된 공동소유자 김 씨의 유치권도 허위 유치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매전문가인 황지현 법무법인 참진 국장은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그 물건으로부터 발생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어야 성립 가능한데 김씨는 일부 지분이지만 소유주이기 때문에 유치권 성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13일 다시 매각 절차가 시작됐지만 실제 주인을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열린 입찰도 연기됐다. 다음 입찰은 3월 4일 열린다.
법원이 김 씨가 낸 매각절차 및 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주면서 입찰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26억9200만 원에 시작한 감정가는 13억1900만 원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5개 물건의 입찰가도 감정가의 약 50%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
황 국장은 "경매를 진행하는 법원이 이의신청을 너무 쉽게 받아 주다보니 입찰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며 이는 법원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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