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캐는 것 같다"…찾기 힘든 LH전세임대·버팀목대출 가능 주택

김신애

love@kpinews.kr | 2024-03-29 16:16:06

"조건에 맞는 주택 10% 미만"…실수요자 발 동동
주택 공시가 시세 반영 못한 탓..."공시가 현실화해야"

"탄광에서 금 캐는 것 같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7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A씨)

 

"운이 엄청 좋아야 한다." (관악구에서 5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30대 박동진 씨)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임대·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는 정작 지원 기준에 맞는 주택을 구하기 힘들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 지난 19·20일 기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사이트에서 집계한 서울시 2023~2024년(3월 18일까지) 전월세 거래량(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포함, 아파트 제외, 계약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구 중 관악구, 강서구, 마포구, 영등포구는 전월세 거래량이 각각 2위, 3위, 5위, 6위다. [그래픽 김신애 기자]

 

LH 전세임대‧버팀목 전세대출 가능 주택은 10% 미만

 

기자는 전월세 거래량이 많은 서울시 관악·강서·마포·영등포구 등의 공인중개사 8명을 만나 현장 상황을 물어보았다. 

 

30대 진태성 씨는 29일 "관악구에서 셋집을 구하는 이들은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인데 대부분 LH 전세임대나 버팀목 대출이 가능한 임대 매물을 찾는다"며 "하지만 실제 가능한 집은 10개 중 1개 꼴"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청 근처에서 일하는 10년 경력의 50대 조 모 씨도 "버팀목 대출(HUG 보증)이 가능한 임대 매물은 10개 중 하나, LH 전세임대는 100개 중 하나 수준"이라고 전했다. 조 씨가 지난해 중개한 전세거래 85건 중 LH 전세임대는 1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버팀목 대출 신규 계약은 10건이었다.

 

마포구에서 일하는 20년 경력의 40대 여성 정 모 씨는 LH 전세임대 가능한 매물은 10개 중 1·2개, 버팀목 대출은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버팀목 대출보다 LH 전세임대 매물이 더 적은 이유에 대해 마포구에서 20여 년 일한 40대 조 모 씨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은 등 절차가 복잡한 데다 조건도 더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H 전세임대는 임차인이 적당한 주택을 찾으면 LH 측에 신청한다. 이후 LH가 해당 주택의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한 뒤 임차인에게 재임대해준다. 

 

그런데 수도권 기준 LH 전세임대 지원 한도액은 최고 1억3000만 원이라 그 이하 매물을 찾기 어렵다. 

 

▲ 2024년 LH 전세임대 신청 자격 및 순위. [전세임대포털 사이트 캡처]

 

박동진 씨는 "LH 전세임대가 되는 집은 90년대 지어진 빨간 벽돌로 된 집이나 반지하 주택이 사실상 거의 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해 LH 전세임대 매물을 총 4건 거래했는데 3건이 반지하 주택"이라고 했다.

  

박 씨는 또 "LH 전세임대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LH에 반환하는데 세입자가 월세를 밀리거나 집을 망가뜨려도 보증금에서 비용을 뺄 수가 없어 임대인들이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LH는 저소득층이 온다는 인식이 있어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버팀목 대출은 최고 3억 원(일반‧청년‧중소기업취업청년‧신혼부부, 수도권 기준)까지 가능해 LH 전세임대보다는 매물을 찾기 쉬운 편이다. 

 

▲ 영등포구에 있는 LH 전세임대가 가능한 반지하 매물 입구. [김신애 기자]

 

LH 전세임대나 버팀목 대출이 가능한 집을 찾는 이들은 주로 2030 청년이나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조 씨는 "LH 전세임대는 60대 중후반에서 70대 고령층이, 버팀목 전세대출은 청년들이 수요자"라고 전했다. 진 씨도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버팀목 대출 가능한 매물을 찾는다"고 했다. 

 

▲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설명. [기금e든든 사이트 캡처]

 

"시세 반영 못하는 공시가 탓에 조건 맞는 매물 드물어"

 

버팀목 대출이 LH 전세임대보다는 구하기 쉽지만 전체 매물 중에서 그 비중은 극히 낮다. 많은 실수요자가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다. 

 

이유는 뭘까. 현장에서는 LH 전세임대와 버팀목 대출(HUG 보증)의 지원 조건 중 특히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 126%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이 너무 빡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씨는 "관악구에서 전세가율은 보통 80~90%로 높고 공시가가 낮아 LH 전세임대와 버팀목 대출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B 씨는 "버팀목 대출 지원 기준이 지난해 5월 공시가 150%이하에서 126%이하로 단번에 강화되면서 매물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매물을 찾아도 주택 환경이 열악하다. 공인중개사 A 씨는 "LH 전세임대가 가능한 집들을 네이버에 광고로 올리면 20~30명 정도 연락이 오는데 반지하 주택이라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고 말했다. 

 

진 씨는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울며 겨자먹기로 월셋집에 들어가기도 한다"며 "그러다보니 월세 수요가 높아져 예년보다 월세까지 오름세"라고 전했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공시가를 시세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PI뉴스 / 김신애 기자 lov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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