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前노조위원장, 여야의원에 수천만원 불법 후원…檢 기소

전혁수

jhs@kpinews.kr | 2024-02-20 17:32:15

2019, 2020년 與 임이자‧박대수‧김성원, 野 이장섭 후원
지부장들에 노총 출신 林 후원 요구…총 3100만 원 보내
300~400만 원 '쪼개기 후원'…후원자 신분 숨기기 편법
당사자들 "몰랐다" 이구동성…林 "떳떳하고 문제 없다"

노조비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감 중인 진병준 전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이하 건설노조) 위원장이 지난 2019년과 2020년 정치권에 수천만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살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달 9일 진 전 위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 대전지검 천안지청. [뉴시스]

 

20일 UPI뉴스가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진 전 위원장은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을 여섯달 가량 앞둔 2019년 10월 노조 활동에 우호적이라고 판단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에게 후원금을 보낼 것을 노조 지부장들에게 요구했다.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임 의원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고 2019년엔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후신) 소속이었다.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현재도 환노위를 맡고 있다. 여당 간사다.

 

건설노조는 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2020년 3월 30일 "건설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으로 반드시 임이자 후보의 총선승리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임 의원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진 전 위원장 지시를 받은 한 건설노조 간부는 2019년 10월 열린 건설노조 현장분과대표자회의와 노조 지부장들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의원에 대한 후원을 주문했다.

 

이 간부는 "위원장(진 전 위원장)의 지시사항"이라며 "각 지부장들이 400~500만 원 정도씩 임 의원에게 후원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후원금을 보낸 후 후원금 입금내역을 카카오톡 단톡방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건설노조 산하 15개 지부 지부장들은 본인을 비롯해 노조원, 가족 등 19명 명의로 2019년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간 총 2800만 원을 임 의원 후원계좌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건설노조 간부들은 지난 2019년 11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후원회에 돈을 보냈다. 표는 후원자와 후원금 액수.[UPI뉴스]

 

현행 정치자금법 제33조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진 전 위원장이 건설노조 노조비를 횡령해 사무처 직원들 명의로 여야 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쪼개기 후원은 후원자 신분을 숨기는 불법 차명 후원 방식이다. 120만 원 미만으로 후원금을 보내면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후원자 명의가 드러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진 전 위원장은 2019년 7월 17일 노조 통장에서 사무처 직원 3명의 개인 계좌로 각각 100만 원씩 보낸 뒤 이들이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돈을 넣는 방식으로 임 의원에게 300만 원을 후원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여야 의원 3명에게도 쪼개기 후원을 했다. 21대 총선이 끝난 2020년 11월 26일 국민의힘 박대수(비례),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과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충북 청주서원)에게 노조 돈으로 각각 400만 원씩, 총 1200만 원을 보냈다.

 

진 전 위원장은 미리 아들 통장으로 빼돌려 놓은 노조비 600만 원을 사무처 직원 2명 통장으로 각각 300만 원씩 송금했다. 이후 사무처 직원 2명이 세 의원의 후원회로 각각 100만 원씩을 보내고 진 전 위원장 아들이 각각 200만 원씩을 입금했다.

 

정치자금법 제2조 제5항은 타인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1조 제2항은 단체 관련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진 전 위원장이 쪼개기 후원을 할 당시 박 의원과 김 의원은 환노위 소속이었다. 박 의원도 임 의원처럼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됐다. 

 

이 의원은 환노위 소속이 아니었으나 진 전 위원장 지인의 부탁으로 건설노조가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건설노조에서 총 3100만 원을 후원받은 임 의원은 "저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며 "떳떳하고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측은 "후원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불법자금인 줄 몰랐다"며 "알았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 측도 "개인 이름으로 들어와 문제가 있는 돈인지 전혀 몰랐다"며 "2022년 이 문제를 확인했고 즉시 후원금을 반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 측은 "(해당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그분들(건설노조)과 연락을 주고받은 일이 없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김명주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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