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초 여성 대법관, '치매 투병' 고백…"여전히 삶에 감사"
김문수
| 2018-10-24 11:07:34
2006년 치매 남편 병간호로 은퇴…"삶의 축복에 진심으로 감사"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오코너 투병에 슬픔…여성장벽 허문 인물"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치매 투병 사실을 고백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 등 주요 언론들은 "오코너는 이날 '친구들과 미국 동료들'을 수신자로 기재한 편지를 통해 이같이 치매 투병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코너는 편지에서 최근 의사로부터 "공인으로서의 삶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은퇴한 뒤 한동안 자신이 설립한 교육기관 관련 활동 등으로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터 공개적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오코너는 "많은 사람들이 내 상태를 물어왔기 때문에 내가 겪고 있는 변화를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치매를 앓고 있는 내 마지막 삶은 힘겹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삶에 주어졌던 많은 축복들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오코너는 또 "애리조나 사막에 살던 어린 카우걸(cowgirl)이 연방대법원의 첫 여성 대법관이 되리라고는 나조차 상상하지 못했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면서 편지를 끝맺었다.
오코너의 치매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미 법조계와 정치계 인사들은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하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오코너의 투병에 슬픔을 표한 뒤 "오코너는 여성에게 주어진 장벽을 무너뜨린, 미국 역사에 남을 뛰어난 인물"이라며 "어떤 질병도 그가 자신이 개척한 길을 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남겨준 영감을 빼앗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원인 카멀라 해리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코너가 젊은 여성들에게 길을 닦아줬다"고 했다.
이 밖에도 알츠하이머협회는 과거 치매를 앓던 남편의 간병인으로서 의회에 나와 치매 가족 지원 필요성을 증언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했다.
오코너는 1930년 텍사스주 엘패소 카운티에서 태어나 16살에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다. 그는 1952년 스탠퍼드 로스쿨을 클래스 3등으로 우수 졸업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변호사직이 아닌 법무비서직을 제안 받는 등 로펌 입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주 산마테오 카운티 검사보로 공직 활동을 시작해 애리조나주 검찰 부총장을 거쳐 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지명으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 됐다.
오코너는 대법관 취임 후인 1992년 임신 기간과 부모 및 배우자의 동의 여부에 따라 낙태권을 제한해온 펜실베이니아 주법의 위헌성을 다툰 '가족계획 대 케이시 사건(Planned Parenthood v. Casey)'에서 낙태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미국 내 여성의 낙태권을 최초로 인정한 역사적 판결인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Roe v. Wade)'을 지지한 것으로, 오코너는 이후 여성 권리 증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KPI뉴스 / 김문수 기자 moonsu4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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