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재계, 상법 개정 반대 전에 '주주 패싱' 막을 대안 내놔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12-20 11:34:17
무분별한 물적분할·유상증자로 대다수 주주에게 피해 입혀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재계는 뚜렷한 반대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지난 19일 개최한 상법개정 정책 토론회에서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반대 이유로 2019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을 노린 사례를 꼽았다. 당시 엘리엇은 주당 2만2000원, 총 5조8000억 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김 부사장은 "회사의 장기적 비전보다 배당 확대를 위한 단기 이익 실현만을 추구한 대표적 사례"라며 상법 개정으로 이같은 사건이 빈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사회 결정이 주주에게 충실했는지 결정은 결국 법원이 하게 된다"며 "'판사님을 회장님으로 모셔야 된다'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상장기업들의 상장 동기가 없어져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주장을 펼치기 전에 먼저 한국 기업들의 기형적인 구조부터 돌아봐야할 것이다.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10%도 안 되는 소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뚜렷한 오너가 없는 금융사에서는 그룹 회장이 오너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이사회가 오너 일가나 회장에만 충성하면서 대다수 주주를 패싱하는 행위를 자주 저지른다.
상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두산그룹의 두산밥캣 상장폐지 추진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도 비슷한 사건들은 잦았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물적분할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을 쪼개기상장했다.
모두 소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주주들을 희생시킨 사례다. 물적분할, 쪼개기상장, 유상증자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많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
심지어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경영진 8명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 주를 처분해 878억 원의 차익을 남겨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련 임원들 중 다수가 여전히 자리만 옮겨 계속 근무하고 있다. 오너 일가에만 충성하면 대다수 주주에게 피해를 끼쳐도 된다는 전례다.
기형적이다. 회사의 주인은 엄연히 주주다. 그런데 이사회가 오너 일가나 그룹 회장 눈치만 보는 탓에 대다수 주주들은 경영에 참여도 못한 채 자기 재산이 날아가는 걸 구경만 해야 한다.
명한석 참여연대 실행위원이 지적했듯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으니 상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재계는 무작정 상법 개정에 반대하기 전에 이처럼 이사회가 주주를 능멸하는 걸 막는 대안을 내놔야할 것이다. 대안 없이는 결국 주주들의 원성을 이길 수 없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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