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냐 반도체냐…' SKT '진퇴양난'
오다인
| 2018-09-06 10:55:23
SK텔레콤, '캐시카우' SK하이닉스 끼고 고심 거듭
SK텔레콤이 화웨이 5G 기지국 장비 채택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채택하면 보안상 우려를 불식시킬 길이 없고, 채택하지 않으면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사의 5G 기지국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한국산 반도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국내 이동통신 기업들을 압박해 왔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액 중 996억8만달러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수출품목이며, 중국 시장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60.2% 성장했다.
화웨이 장비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타사 장비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지만,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채택 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다. 이른바 '백도어'라는 통신 내역의 해외 유출 우려가 불식되지 않아서다. 백도어는 우리말로 '뒷문'이란 뜻으로, 인증 없이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장치를 말한다. 감청 등을 목적으로 설계자가 고의로 시스템 보안을 뚫는 것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호주, 일본이 잇따라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산 통신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국내에 부가적인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동통신 보안을 연구하는 A교수는 기지국 장비 백도어와 관련해 "백도어는 하나의 통신 기능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장비 업데이트 시 이런 기능이 추가됐는지 이동통신사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가 모든 업데이트에 대해 매번 보안성 검증을 하지 않는 이상, IT보안인증인 'CC인증'을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백도어가 설치됐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4G LTE에 이어 5G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기로 결정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도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예정대로 추진하려면 이달 말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SK텔레콤은 더욱 곤란한 입장이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 화웨이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자사 매출에서 화웨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영업상 비밀"이라고 밝히지 않고 있지만, SK그룹 관계자는 "상당한 비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 19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동통신 업계에 초창기부터 관여해온 B씨는 "중국이 지난해 사드(THAAD) 문제를 수출이라는 패를 쥐고 대처하는 방식만 봐도 5G 기지국 장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이 ICT 수출 확대를 중요시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와 교감하면서 묵시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