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SOS "석유화학 전기료 낮춰야"…정부 대책 임박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4-12-20 11:36:44
"기업 실적 악화로 지역경제 타격"
정부 "인위적 구조조정은 안 해"
여수시가 석유화학 산업에 한해 전기요금 인상을 철회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인데 불황으로 지역경제에 비상등이 켜지자 긴급 구조신호(SOS)를 보낸 것이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세제와 금융 지원책 등을 담은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여수 석유화학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철회(유보) 건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여수시는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위기 극복 시까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철회(유보)를 건의하니 적극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10월 산업부와 한전은 대용량 고객 대상 산업용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한 바 있다.
여수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에 따라 여수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맞고,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연쇄적으로 지역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라남도 역시 이달 초 전기요금 인하와 함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산업으로의 재편, 규제 개선 등을 산업부에 건의했다. 전남의 석유화학 수출 실적이 2022년 157억 달러에서 지난해 132억 달러로 16% 쪼그라들면서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5000억 원을 넘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과잉 공급으로 어려운 업종에 대해서는 완화된 기업활력법 기준을 적용해 선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발적으로 설비를 줄이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경우 정부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 등을 하는 방향이다. 다만 자발적 사업 재편을 촉진하려는 것으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주쯤 대책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는 구체적 시기와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원활한 업무 추진이 가능할 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여수 지역구인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보면 위기를 넘어 폭망 직전이다. 대표 기업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여천NCC의 공장 가동률은 올해 3분기까지 평균 80%를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속히 산업 위기 대응 지역으로 선포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버틸 힘이 그나마 남아 있을 때 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통폐합으로 '석유화학 팀 코리아'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범용 제품 생산 기업은 1~2개로 통합하고, 나머지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조 업체로 특화하는 '팀 코리아' 구조조정 방식을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나프타분해설비(NCC) 설비의 경우 울산에 2개, 여수와 대산에 각각 4개씩 존재하는데 지역별로 운영하는 기업은 제각각이다. 따라서 설비 간 통폐합으로 가동률을 올리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설비는 폐쇄하거나 매각해 채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제품은 중국산으로 대체가 어려운 정밀화학, 유럽 등 선진국의 플라스틱 규제에 대비한 바이오 친환경을 꼽았다. 연구원은 "구조조정은 채권 금융기관이 나서서 주도하고 독립적인 전문 경영인을 선임해 경영을 맡기는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여유 부릴 틈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는 더 하락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줄을 쥐고 있는 채권 금융기관이 주체가 돼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한 배에 태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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