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정치금융과 상생금융···우리에게 '진정한 리버럴'은 없는가

UPI뉴스

go@kpinews.kr | 2023-11-27 11:19:12

금융회사 횡재세 법안 발의 등 정치금융과 상생금융 증폭 형국
인센티브 문제, 인식·지식 한계 문제, 집단사고 오류 위험성 성찰할 때
특정 정치이념에 고정 안되고 현실 속 균형접근하는 '진정한 리버럴' 필요

대통령의 은행권 질타에 이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등 취약그룹을 돕겠다는 상생금융 강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금융회사 초과이익에 추가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까지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여야 간 논란 속에 상생금융이 정치금융과 얽혀 증폭되는 형국이다. 민생이 중요시되는 총선 일정도 다가오고 있어 정치권이 금융에 대해 한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삶과 금융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하는 균형 있는 판단은 정치인, 정책결정자, 시장 플레이어 모두에게 중요하다.

 

먼저 인센티브 문제(incentive problem)를 생각해 보자. 애덤 스미스는 1776년 집필한 국부론에서 제도가 다르면 성과도 달라진다는 것이 오랫동안 인식된 통찰력이라고 지적하며 한 예로서 스코틀랜드 대학교수들이 잉글랜드 대학교수들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열성적인 이유는 제도 차이로 보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직접 수업료를 지불하는데 이는 교수가 수업을 준비하는 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잉글랜드에서는 강좌의 학생 출석과 무관하게 보수를 지급하므로 교수들이 수업을 준비할 인센티브가 적다는 것이다. 

 

즉 교육제도의 차이가 교육성과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잉글랜드 대학들이 학생 수업료 모델에 보상 제도를 채택했다면 교수들이 보다 효과적인 강의자가 되도록 촉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을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스코틀랜드로 대학을 이동한 교수는 행동을 바꾸게 하는 인센티브에 의해 유인되었을 것이다. 

 

교육뿐 아니라 금융경제에 있어서도 시장 플레이어에게 인센티브 문제는 경제적 성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의 속성은 국가 간 인센티브 체계의 차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정치금융과 상생금융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혁신 유인 저하 우려 등 인센티브 체계의 예상되는 변화를 애덤 스미스의 기본적인 통찰력을 되새기며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인간에게 숙명적인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knowledge problem)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 이코노미스트들을 보유한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마저도 2021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단언하다가 뒤늦게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금년 3월 이후 미국 은행들이 연달아 무너지는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은행 위기 직후 연준은 보고서를 통해 급격한 금리상승 등으로 높아진 리스크 관리를 은행경영진이 제대로 못했고 감독당국도 이를 포착하여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미흡했으며 2018~19년의 금융규제 완화 법률이 면밀하고 효과적인 감독을 막았음을 고백했다.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포진한 은행경영자, 감독당국, 중앙은행, 입법부 모두가 숙명적인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준 예가 아닐 수 없다. 

 

파월 의장이 말한 높은 금리 장기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렵겠지만 분명한 것은 금리는 항상 변동하고 은행권의 이자수익도 여러 요인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에 대한 정밀한 조명, 그리고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자세가 상생금융 강화를 추진함에 있어서도 늘 중요한 이유다.

 

아울러 상생금융과 정치금융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집단사고 오류(group-thinking bias) 위험성이다. 1957년 개봉한 법정영화 '12 Angry Men'에서 모두 백인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 중 11명이 유죄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1명의 배심원이 결국에 옳았음을 보여주는 스토리에서 집단사고 오류의 위험성을 볼 수 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말하고 당 대표가 말했더라도 모두가 이견 없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반대자 낙인찍기(stereotyping opponents), 콘센서스에서 벗어난 의견에 대한 자체 검열(self-censorship), 만장일치의 환상(illusions of unanimity), 다른 의견을 가진 이를 '충성심 낮은 사람'이라고 압력 가하기 등을 집단사고에 의한 문화와 행동의 체크 포인트로 제시했다. 

 

지금 우리 정치권의 문화와 행동에서 이에 비추어 반성할 점은 없는지 한번 돌아볼 대목이다.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밀접한 상생금융 내지 포용적 금융에 관한 이슈일수록 정치인에게는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토대를 둔 균형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선출직 권력(elected power)에게 전제 군주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며 자유 민주주의의 대리인(agent) 책무를 부여한 것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리버럴(liberal)을 특정 편향에 기울어 있지 않은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정의한 바 있다. 짙게 단풍 든 가을 숲속에서 두 갈래 길을 바라보며 쓴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에서 우선 길이 다양하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리버럴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다. 프로스트의 시에 나타나는 리버럴리즘은 현실을 도외시하지 않는 리얼리즘의 표현이며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의 어느 길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는 아이디어를 지지함으로써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진정한 리버럴'은 특정한 정치적 이념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현실에 대한 넓은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운데 균형 있는 접근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겸허히 노력한다. 상생금융과 정치금융이 얽혀 증폭하는 지금 우리에게는 관련되는 금융경제 인센티브 문제와 인간 본연의 인식·지식 한계 문제, 그리고 집단사고 오류 위험성 등을 성찰하는 가운데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진정한 리버럴'이 필요하다.

 ▲ 조홍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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