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처리-거부권' 무한반복…출구 안 보이는 여소야대 정국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7-30 16:03:16
대통령실 "합의 없는 野 단독 의결 우려"…거부권 시사
민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처리도 예고
'野 강행처리→거부권 행사→재표결→폐기' 악순환 우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민주당이 밀어붙인 방송통신위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포함한 '방송 4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다. 5박 6일 간 릴레이 본회의도 109 시간 만에 끝났다.
민주당은 더욱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도 예고했다.
21대처럼 22대 국회에서도 '야당 강행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표결→폐기'의 악순환이 무한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출구가 안보이는 여소야대 정국이다.
민주당 등은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고 EBS법 개정안을 상정해 재석 189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야당은 일방 처리 후 박수로 자축했고 국민의힘은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지난 25일 시작된 필리버스터의 순수 토론 시간(종결·법안 표결 시간 제외)은 총 109시간 34분으로, 역대 2위 기록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EBS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13시간 12분 동안 진행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국민의힘은 EBS법 처리 직후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대통령 재의 요구로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방송 4법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한편이 돼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다시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송 4법 처리로 겨우 마무리된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번 주에도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방송 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합의 및 여야 합의 없는 야당 단독 의결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야당에서 이미 폐기된 법안에 방통위법 개정을 더해 처리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 여권 인사를 겨냥한 법안 처리를 벼르고 있다. 곳곳에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지뢰밭이고 화약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방송4법 처리 후 별도 발언을 통해 "방송 4법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신중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방송 4법 처리는) 대한민국 입법부가 오랜 토론을 거쳐 중요하게 결정한 사항"이라면서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로 22대 국회는 개점 직후 실적이 최악이다. '채상병 특검법' 등 두 달 간 본회의에서 처리한 법안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재의결 절차를 밟았으나 부결돼 폐기됐다. 결국 결실을 맺은 법안이 전무한 셈이다. 채상병 특검법처럼 방송 4법도 같은 과정을 밟아 폐기될 것이 유력시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전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임명 문제도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자와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요청안을 재가했다. 보고서 송부 기한을 이날 하루로 지정해 31일 임명 강행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될 경우 즉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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