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법의 지배, 경제의 지배가 판가름할 美대선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4-02-08 10:43:35

트럼프 면책특권 기각, 대선 후보 자격 심리···美대선, 법원이 24년만에 키 쥐어
6대 3 압도적 보수우위 구도 美최고법원, 법리보다 이념 편향으로 흐를지 관심
최근 인플레 급락과 실질가처분소득 증가, 유권자 선택에 어떤 영향 줄지 주목

 

이번 주 화요일 미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도널드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개입 혐의 기소에 대한 방패막이로 대통령 면책특권(presidential immunity)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소된 트럼프에게 그러한 면책특권이 없음을 밝혔다.

 

트럼프는 금년 11월 대선 레이스에서 공화당 후보 선두주자다. 또한 이번 주 목요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콜로라도주 예비 투표에서 퇴출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리의 구두 변론 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선 출마 자격 유무에 대한 재판에 본격 돌입하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하여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반란 가담 공직자의 공직 담임 금지)에 의거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바 있고 트럼프 측이 이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한 데 따른 재판이다.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접전을 벌인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재검표를 중단하고 부시의 승리를 확고히 한 지 24년 만에 다시 연방대법원이 대선을 좌우할 키를 쥐게 된 셈이다.

 

이와 같은 본격적인 사법절차 진행에 정치권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텍사스 출신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의원 177명과 함께 서명하면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은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심각한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같은 공화당 인사이지만 마이클 루티그 전 판사, 스튜어트 거슨 전 법무장관 대행 등은 콜로라도주 대법원 결정에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권력 이양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헌법을 어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는 콜로라도주 대법원 결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경우 공정성을 해치고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을 의식한 듯 이 문제에 대해 대체로 침묵을 지켜왔다.

 

미국에서 50여 년간 유지되어온 여성의 헌법적 권리에 관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파기하는 등 그동안 보수 일색의 결정을 해온 연방대법원이 정치권의 극심한 양극화 구도에서 진행 중인 대선 판도를 가를 사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트럼프가 임명한 배럿, 캐버너, 고서치 세 대법관을 포함해 보수 대 진보 구도는 6대 3이다. 1930년대 이후 최대의 압도적 보수 우위 구도다. 이번 사건의 복잡성과 정치적 파급력, 헌법적 선례 부족 등으로 인해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확연히 갈라져 있는 미 최고법원이 최고의 법리적 판단보다 이념적 편향에 치우친 결정으로 흐를 것인가의 여부가 첨예한 관심사다.

 

'로 대 웨이드' 파기 이후 미 사법부가 이념화, 정치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온 터이기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최고법원 구성원들에게 이번 사건은 까다롭고도 기념비적인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늠할만한 시금석이 될 사건인 만큼 최고법원의 초당파적 결정을 기대하게 된다.

 

법의 지배와 함께 미 대선을 판가름할 또 하나의 요체는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유권자들이 느끼는 이른바 '경제적 행운'(economic fortunes)과도 상당한 관련성을 지닌다. 정치학자 크리스토퍼 아헨과 래리 바텔스는 공동 집필한 '현실주의자를 위한 민주주의'(Democracy for Realists)라는 저서에서 선거에서는 최근의 경제성과가 과거의 성과보다 훨씬 더 관련성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권자들은 대체로 짧은 기간의 최근 기억을 갖고 투표에 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선거 시점에 근접한 자신의 감정을 기준으로 투표하며 현직 대통령의 전체임기 동안 느꼈던 감정은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1964~2016년 기간 중 있었던 미 대선을 분석한 결과 선거 직전 2분기 동안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 집권당 득표율이 올라가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급락은 주목할 만하다. 2023년 하반기에 미국 물가는 연 2% 상승하여 2022년 상반기에 최고치를 나타냈던 연 7.7%보다 크게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 없이 하락했기 때문에 타이트한 노동 시장은 계속해서 견조한 실질 임금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 2023년 4분기에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은 연율 1.9% 늘어났다. 11월 대선 때까지 이런 경제 기조가 유지된다면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행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미 대통령 선거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대내외 요인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최종 선거 결과를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금년 선거에서는 특히 법의 지배가, 아울러 경제의 지배(rule of economy)가 선거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체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미국 유권자들을 포함한 세계 시민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미 대선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현실주의자가 체감하는 경제적 행운도 증진시키며 나아가 이상주의자가 추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성과를 제고하는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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