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스테이블코인, 재정 부담 덜고 나라 살림 도움 주나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5-12-02 10:55:15
스테이블코인, 국채수요↑재정지배↓재정부담↓가능성
'공짜 점심' 없어···대규모 환매는 역으로 금융안정 위협
정책당국 역량 중요···최종 신뢰 설계자 역할 만전 기해야 ▲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국채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바로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나면 국채 수요가 커지고 재정지배가 완화되며 그 결과 재정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국채를 안정적으로 사줄 투자자가 늘어난다면 국채 금리는 내려가고 이는 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지속되면 국채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만큼 정부의 차입 비용이 급등할 위험이 줄어든다.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이 확대된다. 스테이블코인이 재정지배를 누그러뜨리며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듯이 재정적자(deficit)에 의한 국채발행(debt)을 중앙은행이 화폐화(debasement, monetization)해 주기를 기대해 왔던 속성이 국채의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편입으로 완화될 수 있고 국채 수요 증가가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등 재정지배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일응 기대된다. 국가부채 규모는 크고 시장수요가 부족하면 국채 금리가 뛰고 중앙은행도 국채 매입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를 스테이블코인이 방지할 수 있게 한다. 국채 금리가 급등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데 제약받는 어려움도 그만큼 덜 수 있게 된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재정지배를 완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넘어 재정통화정책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평가해야 할 만한 이슈라 하겠다. 재정지배가 재정통화정책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작금의 글로벌 경제 여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이 재정통화정책 운영에 가져올 파급력은 작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이 결코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이 발행하는 통화가 국가의 국채 수요를 좌우하는 구조가 커질수록 정책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안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대규모로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 나타날 국채 매도 충격이다. 대규모 스테이블코인이 갑작스레 환매 흐름에 직면한다면 준비자산인 국채를 한꺼번에 시장에 내던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는 국채 금리를 크게 뒤흔드는 요인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이 평화로운 때에는 금리 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위기 시에는 금리 불안정 요인이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감에 따라 국채 수요가 크게 변동하게 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국채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국가 재정 제도의 공적 신뢰 체계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수요를 넓히는 긍정적 효과와 잠재적 위험을 함께 살펴야 할 당위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시장의 핵심 수요처로 자리 잡는다면 재정지배 문제는 지금보다 완화될 개연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새로운 공공적 책임을 수반하게 한다. 스테이블코인 운영의 투명성, 준비자산의 안정성, 효과적인 위기 대응 시스템 등이 더욱 긴절히 요청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디지털 자산의 확대 차원뿐만이 아니라 누가 국가의 신뢰를 떠받치는가의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최종 신뢰 설계자(trust designer of last resort)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신뢰 체계의 일부를 민간이 담당하는 구조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책임을 올바르게 설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신뢰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재정과 통화정책 간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정책당국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대전환의 시대에는 그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접근방법이 기대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접근방법이 그러한 기대에 부합하게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다른 위험 요소로 작용하게 될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고 정책을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공짜 점심' 없어···대규모 환매는 역으로 금융안정 위협
정책당국 역량 중요···최종 신뢰 설계자 역할 만전 기해야
스테이블코인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고 나라 살림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일반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묵직한 의미를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정지배(fiscal dominance)라는 용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재정지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고금리 장기화가 겹치면서 각국 정부의 국채 발행 규모는 역사적 수준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 막대한 국채를 시장이 모두 흡수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중앙은행이 사실상의 최종 매수자와 같은 역할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벌어지는 현상이 바로 재정지배다. 국가부채 누적 등으로 인한 재정 상황이 중앙은행의 정책 운신 폭을 제약하면서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 본연의 역할 수행에도 압박을 받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정부의 재정지출 편의를 봐주며 배려하게 됨에 따라 재정이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시장에 등장한 이슈가 이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줄 개연성이 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이 발행하고 그 가치의 안정을 위해 법화(legal tender), 국채 등 안전한 자산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국채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준비자산의 상당 부분을 국채로 보유하다 보니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수록 자연스럽게 국채 수요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나면 국채 수요가 커지고 재정지배가 완화되며 그 결과 재정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국채를 안정적으로 사줄 투자자가 늘어난다면 국채 금리는 내려가고 이는 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지속되면 국채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만큼 정부의 차입 비용이 급등할 위험이 줄어든다.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이 확대된다. 스테이블코인이 재정지배를 누그러뜨리며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듯이 재정적자(deficit)에 의한 국채발행(debt)을 중앙은행이 화폐화(debasement, monetization)해 주기를 기대해 왔던 속성이 국채의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편입으로 완화될 수 있고 국채 수요 증가가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등 재정지배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일응 기대된다. 국가부채 규모는 크고 시장수요가 부족하면 국채 금리가 뛰고 중앙은행도 국채 매입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를 스테이블코인이 방지할 수 있게 한다. 국채 금리가 급등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데 제약받는 어려움도 그만큼 덜 수 있게 된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재정지배를 완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넘어 재정통화정책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평가해야 할 만한 이슈라 하겠다. 재정지배가 재정통화정책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작금의 글로벌 경제 여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이 재정통화정책 운영에 가져올 파급력은 작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스테이블코인이 결코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이 발행하는 통화가 국가의 국채 수요를 좌우하는 구조가 커질수록 정책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안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대규모로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 나타날 국채 매도 충격이다. 대규모 스테이블코인이 갑작스레 환매 흐름에 직면한다면 준비자산인 국채를 한꺼번에 시장에 내던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는 국채 금리를 크게 뒤흔드는 요인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시장이 평화로운 때에는 금리 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위기 시에는 금리 불안정 요인이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감에 따라 국채 수요가 크게 변동하게 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국채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국가 재정 제도의 공적 신뢰 체계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수요를 넓히는 긍정적 효과와 잠재적 위험을 함께 살펴야 할 당위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시장의 핵심 수요처로 자리 잡는다면 재정지배 문제는 지금보다 완화될 개연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새로운 공공적 책임을 수반하게 한다. 스테이블코인 운영의 투명성, 준비자산의 안정성, 효과적인 위기 대응 시스템 등이 더욱 긴절히 요청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디지털 자산의 확대 차원뿐만이 아니라 누가 국가의 신뢰를 떠받치는가의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최종 신뢰 설계자(trust designer of last resort)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신뢰 체계의 일부를 민간이 담당하는 구조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책임을 올바르게 설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신뢰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재정과 통화정책 간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의 여부는 정책당국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대전환의 시대에는 그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접근방법이 기대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접근방법이 그러한 기대에 부합하게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다른 위험 요소로 작용하게 될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고 정책을 수행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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