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美대선 최종 승부, 파시즘인가 식품물가인가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4-10-28 11:10:49
해리스, 바이든과 차별화 경제 청사진 미흡···유권자 복합 방정식 직면
오바마, 유권자에 울림 주는 메시지···오바마주의·트럼프주의 대결 양상
미국 대선 최종 국면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시즘(fascism)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국민적 신망이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캠프의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함에 따라 트럼프의 파시즘은 더욱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그동안 오른 식품물가(food prices) 등 경제문제가 여전히 대선 승부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 대선의 최종 승부는 첨예한 논란이 되는 트럼프의 파시즘이 될 것인가. 아니면 파시즘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식품물가가 될 것인가.
대선 최종 승부 무대에서 오바마의 역할이 돋보인다. 16년 전과 12년 전 대선에 출마해 승리했고 8년 전 백악관을 떠난 오바마가 이번 대선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감각과 실력은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절제되고 강렬한 어법의 진정성과 호소력 있는 메시지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수천명의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가운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16년 전 선거 셔츠를 입은 유권자들이 나타나는 등 이번 선거가 미국에서 한동안 사라진 듯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오바마의 역할이 해리스를 돕는 지원 유세 이상임을 말해준다.
트럼프의 파시즘은 최근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이슈다.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파시스트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히틀러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Holocaust)를 부인하는 극우 정치평론가 닉 푸엔테스를 2022년 11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 만찬에 초대한 것을 언급했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와 친밀한 사람과 대선에서 해리스가 싸우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파시스트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의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파시스트의 일반적인 정의에 부합하고 독재자의 접근 방식을 확실하게 선호한다고 말했다. 켈리는 파시즘을 극우 권위주의적, 극단적 국가주의 정치 이념과 운동, 중앙집권적 독재, 군국주의, 반대 세력에 대한 강제적 억압 등으로 정의했다. 히틀러에 충성한 장군들과 같은 이들을 원한다는 트럼프의 말을 그가 비서실장 시절 들었다고 했다.
유럽의 파시즘에 대해 폭넓게 글을 써온 역사학자인 컬럼비아대 로버트 팩스턴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 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2021년 1월 6일 이전까지는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분류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의사당 습격을 보고 나서는 트럼프가 파시스트가 아니라는 이전의 입장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트럼프의 파시즘을 우려케 하는 정황 증거들은 곳곳에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과장이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원을 포함한 내부의 적(enemy from within)을 향해 군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분명히 파시스트적이다. 트럼프는 재임 중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실제로 군을 동원하려고 시도한 전력이 있다. 당시 합참의장 마크 밀리가 군 동원을 거부한 것으로 후일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이기면 선거 개입과 기밀 자료 반출 혐의로 그를 기소한 법무부 특별검사 잭 스미스를 2초 이내에 해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 FBI, 국방부 관료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와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2016년 대선 관련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를 수사하던 FBI 국장 제임스 코미를 해임했고 또한 수사를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한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를 해임했다.
유권자들은 최종 선택의 순간에 와 있다. 바이든 임기 중에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이후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은 식료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기다려온 유권자들은 지금쯤 해리스에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고 체감경제에 민감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최근 여론조사로도 나타나고 있다.
해리스가 경제 이슈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가운데 바이든 이전의 경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려는 공화당의 전략이 최종적으로 통할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4년 동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트럼프의 파시즘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작용함으로써 해리스의 경제정책 능력에 대한 확신이 충분치 않다고 하더라도 해리스를 선택할 것인가.
지난주 CNN 타운홀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이 어떻게 바이든과 다르게 행동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명확한 경제 개선 청사진 등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제 유권자들은 복합 방정식을 놓고 씨름하게 되었다. 실존과 일상, 규범과 가치 등이 복합적으로 엮인 방정식이다. 방정식을 푸는 해법이 무엇이 되느냐에 따라 미 대선의 최종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파시즘, 식품물가, 그리고 무엇이 승부를 가를 것인가.
최종 선택을 앞둔 유권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오바마의 열정적이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일부 인용해 본다. 이번 선거는 다양하고 세대를 포괄한 풀뿌리 변화를 지향하는 오바마주의(Obamaism)와 반격의 정치로 볼 수 있는 트럼프주의(Trumpism) 간의 최종 대결 양상이 될 수 있다.
'정치에서 좋은 경험칙은 히틀러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대통령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하룻밤 사이에 빈곤을 근절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인종관계를 당장 바꾸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고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알겠다. 그것을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가 당신에게 좋은 방향으로 상황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다.'
'트럼프는 최악의 충동에 호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편견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발언의 영향은 공격 표적이 된 사람들 또는 미국 정치에 의해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상호 소통과 이를 듣는 어린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방호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우리의 공적 담론뿐만 아니라 사적 담론의 분위기도 바뀐다. 어린이들은 파괴적인 방향으로 이를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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