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완판' 해운대 레지던스의 몰락…억대 '마이너스피' 물량 쏟아져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 2024-05-02 13:37:23

신세계건설 '빌리브 패러그라프' 수분양자들, 돌연 계약변경에 막막
정부 '주거 불가' 방침에 대출 막혀…생숙, 건설업계의 시한폭탄으로

부산 해운대구의 한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레지던스) 사업자가 최근 준공 허가 직전에 돌연 계약 내용 변경을 통보해 수분양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사업자 측의 일방적 수익률 변경에다 정부의 '주거 불가' 방침에 따라 대출마저 막히면서 잔금을 치르기도 힘든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같은 상황은 준공을 앞둔 다른 생숙 또한 비슷한 형국이어서, 건설업계의 '시한폭탄'이란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 투시도 [신세계건설 제공]

 

2일 해운대구청 등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이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건립한 레지던스(생숙) '빌리브 패러그라프'가 지난달 12일 사용승인(준공 허가)을 받고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이곳은 한때 '해운대 609'로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였는데, 해운대구청과 민간 개발업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부지 4만2856m²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터전으로 거듭났다. 

 

시공을 맡은 신세계건설은 여기에 지하 5층 지상 38층, 284세대 규모로 '생숙'을 건립했다. '생숙'은 호텔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사도 가능한 숙박 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빌리브 패러그라프'는 지난 2020년 생숙의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 이뤄진 분양에서 평균 경쟁률 38.8대 1(최고 266대 1)을 기록하며 완판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5월 정부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생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빌리브 패러그라프' 사업자 측은 준공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 3월 위수탁업체와 맺은 계약내용 변경을 수분양자들에게 통보했다. 당초 계약서에는 생숙을 숙박업으로 운영해 올린 매출의 50%를 수분양자들에게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었으나, 순수익의 70%로 계약 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됐다.

 

시행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으로부터 수분양자와의 계약업무를 맡은 기존 맡은 업체가 운영권을 포기한 뒤 다른 운영사가 이를 승계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은 애초 계약보다 수익 배분에서 불리한 조건을 강요받게 되자, 분양 당시 홍보문구에 '자산가들의 워너비 주거상품' 등이 담긴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며 '사기 분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 수분양자는 "3분의 2가량이 주거용으로 분양을 받을 만큼 실거주용으로 다들 뛰어들었는데, 이제 '강제이행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며 "시행사의 말만 믿고 계약을 한 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쪽박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최근 해운대 부동산업계에는 수분양자들의 위기감을 반영된 듯, 분양가의 10% 안팎의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붙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억 대 호수 사례로 보면, 잔금 30%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 2억여 원을 손해보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사업자 측은 수분양자들이 위수탁계약을 맺은 것은 주거용이 아닌 숙박업 용도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방증이라며 분양 과정의 '과대 광고' 논란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행사 홍보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하나이엔씨프로젝트 측은 계약 운영사 변경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답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뒤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계약 변경 논란과 관련해 수분양자 측과 운영사 간의 만남을 몇 차례 주선하는 등 원만한 해결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계약 관계에 대해서는 개입할 여지가 없어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주거용 사용을 금지한 '생숙' 입주물량이 올해와 내년에 전국적으로 총 1만2000여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향후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잔금을 치뤄야할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지만, 금융기관들이 생숙을 위험상품으로 분류해 대출 한도를 분양가의 30~40%가량으로 급격히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분양자들은 오피스텔처럼 분양가의 60~70%가량을 대출받아 잔금(30%) 등을 메꾸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자금 경색은 고스란히 시공사의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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