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트럼프 2.0과 2025년 통화정책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 2024-12-27 10:53:35

트럼프 2.0 시대 통상·재정·이민정책 변화···인플레이션 재상승 압력
트럼프 2.0 정책 작동하는 2025년 중반까지 통화정책 신중 기조 전망
중립금리 향방 주시···정책결정자에 인식 지평 넓히는 종합 통찰력 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했다.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인 복귀를 이룬 사례로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년 전 2016년에도 대선에 당선된 트럼프를 그해의 인물로 선정한 바 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던 2021년 1월 20일 트럼프는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로 돌아가기 위해 에어포스 원에 탑승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그의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앤드류스 공군 기지에 나타나 그를 배웅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역대급 대선 드라마를 쓰며 2025년 1월 20일 트럼프는 다시 백악관으로 들어간다. 트럼프 2.0 시대를 여는 것이다.

 

 

▲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지난달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2.0은 통상정책, 재정정책, 이민정책 등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대규모 관세부과, 감세, 이민 제한 등이 이루어지면 수요, 공급 면에서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릴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권자들이 겪었던 높은 인플레이션이 올해 트럼프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었는데 트럼프 2.0이 그동안의 중앙은행 정책 대응으로 낮아진 인플레이션을 다시 높이게 되는 역설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재상승 압력은 2025년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엇을 할지에 대하여 짐작하지도, 추측하지도, 가정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은 트럼프의 수사(修辭, rhetoric)가 아닌 실제로 수행하는 정책을 보고 나서야 그 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가 계획하고 있는 정책을 경제전망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트럼프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 금리 인하 폭 또는 속도를 줄이거나 늦추는 등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시기와 접근방법을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금융시장과 정책결정자들의 지대한 관심사라 할 트럼프 2.0과 2025년 통화정책을 몇 가지 포인트로 짚어 본다.

 

2025년 들어 연준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인 1월 28~29일 열린다. 이때까지 FOMC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 데이터 한 달 분과 추가 고용 지표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 프로그램이 어떻게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 추가 정보는 취임 첫날 있을 행정명령 외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정책은 여전히 모호할 수 있다. 이 경우 연준이 정책금리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는 등 신중한 기조를 견지할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에 열리는 FOMC 회의는 2025년 3월 18~19일이다. 이 시점까지도 트럼프 2.0은 전체적으로 정책이 형성되는 과정 중에 있을 개연성이 있다. 일부 시행에 들어간 정책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의 가격 효과(price effects)가 아직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 변화에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 2.0 정책의 실체적인 모습이 갖춰지고 효과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2025년 중반 즈음부터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2025년 통화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클 것이란 얘기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염두에 두거나 간직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일까. 다소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두 가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첫째, 중립금리(neutral/natural rate of interest)의 향방이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을 부추기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균형 상태에서의 금리라고 할 수 있다. 흔히 R-스타(R-star, R*)로 표현한다. 바다의 항해자가 밤하늘 별(star)을 보며 항해하듯 시장경제의 항해자가 찾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로 비유할 수 있다. 대체로 현재 정책금리는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얼마나 높은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가운데에도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 예전보다 더 가까워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2025년 통화정책 운용에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2.0의 재정정책과 이민정책 등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의 중립금리 수준 자체에도 일부 변화의 여건이 생길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정정책,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변화 등이 저축과 투자 간의 균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중립금리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최근 연구한 바 있다. 중립금리는 짙은 안개 낀 바다를 항해하는 중앙은행에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다. 그래서 중립금리, R-스타를 찾는 노력의 중요성을 불확실성 속의 2025년 통화정책이 새삼 일깨워 준다.

 

둘째, 의문을 품는 정신(questioning spirit)의 중요성이다. 파월이 금년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지난 수년간의 통화정책을 회고하고 일부 판단 오류를 인정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최근까지도 각국 중앙은행이 맞서 분투해온 인플레이션의 제어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향후 트럼프 2.0이 어떻게 전개되고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2025년이다.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협이 다시 다가올 수 있고 이에 따라 정책금리의 미래 경로 또한 불확실해질 수 있다. 불과 4개월 전 잭슨홀에서 정책금리 인하로 여정의 방향을 분명하게 틀었지만 이제 트럼프 2.0은 통화정책의 다기화(divergence)도 고려해야 할 형국이다. 돌이켜 보면 연준이 2021~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단정하는 실수를 한 이후 지나치게 데이터에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인 측면이 있다. 

 

경로가 불확실할 때 데이터에 의존하면서 조금 느리게 가는 편이 안전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의 과도한 데이터 의존성이 심화할 경우 신호와 소음이 혼재된 최신 데이터의 일시적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이 치우칠 수 있고 이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우려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데이터 의존적 분석 및 정책 판단에도 한계가 있음을 유의하며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종합 통찰력을 발휘하는 노력과 그러한 역량의 제고가 2025년을 맞이하는 각국 중앙은행 정책결정자들에게 특히 긴요하다고 하겠다.

 

▲ 조홍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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