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노벨상 휩쓴 인공지능 과학자들
KPI뉴스
go@kpinews.kr | 2024-10-10 10:34:01
2024년 과학 부문 노벨상의 노른자인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인공지능(AI) 과학자들이 휩쓸었다. 기초 과학 연구자들에게 주어지던 이 영예가 응용과학에 쏠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순수 과학뿐 아니라 보통 사람이 사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꾼 LED, 배터리 등 혁신기술의 현장성을 중시하는 게 요즘 노벨상 선정의 새로운 기류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인공신경망(ANN)과 머신러닝의 기초를 세우고 발견한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컴퓨터, 모바일 폰과 인터넷에 이어 인류가 일하고 노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생성 AI의 아버지들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의 발견과 발명은 머신러닝의 기본 요소"라며 "이들의 연구는 입자물리학, 재료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물리학 주제의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됐다"고 평가했다.
왕립과학원은 또 올해 노벨 화학상을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 폴드'를 개발한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생명의 독창적인 화학 도구인 단백질에 관한 것"이라면서 "데이비드 베이커는 단백질의 완전히 새로운 종류를 구축하는, 거의 불가능한 위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50년 된 문제인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단백질이 생명의 기반인 모든 화학 반응을 조절하고 조종한다면서 이들 발견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해석했다.
AI가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이제 없다. 컴퓨터, 자동차, 우주항공 등 분야와 무관하게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첨단기업들은 기존 경쟁력의 AI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즈니스뿐 아니다. 지식과 학습의 기본개념이 변화해 연구와 교육 기관이 살아남으려 몸부림치고 있다. 공공 부문도 전자 정부를 넘어 AI 정부로 거듭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드디어 과학의 최고봉이라는 노벨상을 정복한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강국이라던 한국은 AI의 최고봉은 아직 오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AI 주권 방어는 어느 정도 했지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천재와 기업은 여전히 없다. 기초 연구에 약한 우리의 상체비만 체질을 반영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단 1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노벨 평화상(김대중 대통령) 외에 노벨 경제학상도 없다. 이웃 일본은 22명의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소득과 원화 가치가 좀 올랐다고 으스댈 일이 아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AI 노벨상 수상자들이 입을 모아 AI의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점이다. 존 홉필드 교수는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에서 나온 신경망 기술들은 이제 절대적인 경이로움처럼 보이는데,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불안하다"면서 "특히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에 큰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프리 힌턴 교수도 수상 직후 스웨덴 왕립과학원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며 "AI가 가져올 여러 가지 나쁜 결과, 특히 이것들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힌턴은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을 이해하고 있다"며 "10년 내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병기가 등장할 것"이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데미스 허사비스도 "AI에 돈이 몰리면서 과장된 열풍이 제2의 암호화폐처럼 사기로 흐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가 AI 과학기술에는 한발 뒤졌지만 AI의 위험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AI 정책 및 제도 설계에는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최근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가 국내 AI법을 잘 정비한 후, 세계적인 AI 통제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선도국가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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