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가는 與 쇄신…"불출마·험지출마 혁신위 안건 보고없어"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12-04 11:29:23

지도부 "혁신위 역할 벗어나는 부분…당 기구서 종합 논의"
장예찬, '희생 혁신안'에 "공천은 당헌당규상 공관위 권한"
태영호 "혁신위, 점령군처럼 행세하면 안돼…보완 관계"
홍준표 "혁신위 해체위기, 이준석은 앞길 막아…용산 어쩌나"

국민의힘 쇄신 작업이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달 30일 당 주류 세력의 '희생'을 요구하는 '당 지도부·중진·친윤계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혁신안을 공식 의결한 뒤 당 최고위원회의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요한 위원장은 "월요일(4일)까지 답을 달라"며 김기현 지도부에 최후통첩을 했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지도부는 그러나 4일 불출마·험지 출마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안건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혁신위 안건을 사실상 거부한 김기현 대표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 "활동이 종료되면 그때 최종안을 다 모아서 최고위에 보고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측에서 공식적으로 보고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도부가 혁신위에 의제를 한번에 올려달라고 요청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혁신위 안건에 대해 최고위에서 충분히 성격과 정신,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당 기구에서 논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험지·불출마 권고와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에 대해서는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혁신하는데 불가피하게 공천과 관련한 내용이 많을 수 있다"면서도 "혁신위 역할, 공천과 관련해 공천관리위원회, 총선기획단 이런 데서 해야할 일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달라는 것은 본연의 역할, 범주,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희생 혁신안'이 퇴짜를 맞으면서 동력을 잃고 조기 종료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인 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주문한 것이 주류 측 반격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가 소득없이 해체되면 김기현 지도부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혁신위 '월권'을 지적하며 현 지도부를 감싸는 발언이 이날 잇따른 건 내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혁신위의 '희생 혁신안'과 관련 "공천과 관련된 것은 당헌당규상 공관위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장 청년최고는 "혁신안의 취지를 잘 받아들여서 공천 룰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믿고 있지만, 이게 혁신위가 원하는 대로 지도부가 의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혁신안을 좌초시키는 것이라는 흑백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고위가 해당 혁신안을 지지한다는 차원에서 의결한 뒤 공관위로 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공관위원장이라는 발언이 인요한 위원장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느냐"며 "지도부 안에서 혁신위를 많이 응원했던 젊은 최고위원들도 거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오히려 좁아진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태영호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혁신위를 향해 "당 지도부와 관계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 체제에서 혁신위,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 3개 위원회가 가동하고 있다"며 "김기현 체제라는 빅텐트 안에서 자기한테 맡겨진 역할을 하면서 질서 있는 전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점령군처럼 언제까지 답변을 내놓으라고 최후통첩하거나, 논개작전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논개작전은 적대관계에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당내에서는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조기 종료하며 김 대표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대위로의 체제 전환을 최종 혁신 안건으로 의결하면서 김 대표 거취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7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혁신위 행보가 주목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요한 혁신위는 당내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해체 위기에 있고 이준석은 눈앞에서 아른거리면서 앞길을 막는구나"라고 꼬집었다.


인 위원장 등 혁신위가 내놓은 친윤·중진 등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거부하면서 혁신위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 등을 지적한 발언으로 보인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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