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은 꿀꺽, 책임은 뒷짐…경제채널의 무책임한 '전문가 방송' 끝내야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11-27 10:44:44
전문가 방송, 선행매매·주가 조작에 연루돼 물의
업황 분석 등으로 투자자 판단 돕는 콘텐츠 개발 시급
법원이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 사기 사건과 관련해 연루 의혹을 받아온 경제 전문 케이블방송(이하 경제 채널) A사에 대해 피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UPI뉴스 11월 24일 : [단독] 법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투자사기에 방송사도 책임")
법원은 A사의 유료 프로그램에 이 씨 형제가 전문가로 출연해 프로그램 수익을 A사와 이 씨 형제가 나눠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씨 형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에서 A사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경제 채널의 무책임한 '전문가 방송'에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 방송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 경제 채널의 책임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 채널, 전문가 앞세워 종목 짚어주기로 돈벌이
대부분 경제 채널은 전문가 방송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경제 채널은 전문가를 출연시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수익률 대회', '종목 분석' 등의 제목을 내걸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꼭 짚어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렇다고 경제 채널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본방 프로그램은 오직 전문가들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홍보 역할만 한다.
이렇게 얼굴을 알린 전문가들은 본방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인터넷 등에 폐쇄된 사이트를 개설하고 회원을 모집한다(전문가 사업). 가입비는 1인당 한 달에 대략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매출을 전문가 자신이 모두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홍보해준 경제 채널과 나눠 갖는다. 대략 50대 50으로 나누지만, 방송사에 따라서는 70 (경제 채널 몫) 대 30 (전문가 몫)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전문가 사업을 일부 경제 채널은 직접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외부의 별도 법인과 계약을 맺어 전문가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고 수익만 나누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전문가 방송, 수요 줄고 경쟁 늘면서 위태로운 수준
당연히 전문가들은 자신의 회원에게 방송될 종목을 미리 알려줘 선행매매를 유도하거나 주가 조작에 악용하는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부작용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됐고 경제 채널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더구나 최근 경제 채널의 증가로 전문가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한데다가 젊은 투자자의 경우 유튜브나 각종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면서 아예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자 일부 경제 채널들은 전문가 방송 프로그램(본방)을 시간 단위로 팔고, 전문가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텔레마케터까지 동원해 회원 모집에 나서면서 수익률 보장 등의 불법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약서, 방송 자막 등으로 책임 모면하려 하지만
수익을 나눠 갖는 한 공동체로서 손해 배상 책임
이에 따라 경제 채널들은 전문가에게 법과 규정을 지킨다는 서약서를 쓰게 하지만 사실 효력이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또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방송 중간 중간에 '본 방송사의 의견이 아님' 또는 '최종적인 투자 책임은 개인에게 있음' 등의 자막을 내보기도 한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뒤로는 전문가를 내세워 수익을 챙겨 왔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경제 채널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은 이번 판결은 전문가 방송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를 통해 돈을 버는 공동체이면서 법적 책임은 회피해 온 경제 채널의 그동안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경제 채널이 진정으로 개인 투자자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최근 3프로 TV 등이 종목 선정이 아닌 주식시장의 기본을 분석하고 업황을 분석하는 등의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선풍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경제 채널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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