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망가(MANGA)로 한미 경협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자
KPI뉴스
go@kpinews.kr | 2025-10-16 10:38:58
'미국의 원자력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Nuclear Great Again, MANGA) 전략으로 한·미 경협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손잡고 미국 원전 르네상스에 맞추어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삼자는 제안이다. '미국의 조선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Ship Great Again, MASGA) 전략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물꼬를 텄듯, 한·미 원자력 협력은 양국에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과 동맹 결속을 가져다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원자력 굴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의 절반을 과점하는 인해전술로 2030년대에 세계 최대의 원자력발전 강국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최근 미국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 등에 대한 경제제재로 MASGA를 견제하는 것처럼 한국의 MANGA 전략에도 위협구를 날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미 원자력 경협은 더욱 필요하다. 미국은 전 세계 원전의 5분의 1인 94기의 재래식 원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 간 신규 원전을 전혀 짓지 않아 한국의 건설 경험이 필요하다. 1959년 미국으로부터 100kW급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한국의 원전 이력은 이제 아랍에미리트(UAE), 체코 등 해외로 수출할 만큼 탄탄해졌다. 미국의 해군력이 MASGA의 도움으로 재정비를 모색하듯이 미국 원전업계도 한국과 손잡기를 기다린다. 미국 정부 역시 2010년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글로벌 원자력 리더십 회복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한국에게 열려있는 원전 수출의 문은 몇 년 후면 닫힌다. 중국은 곧 뒤를 쫓아오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원전 416기 중 57기(14%)를 운영하며 프랑스와 함께 공동 2위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올 8월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총 15개국에서 건설 중인 62기의 원전 중 47%인 29기가 중국에서 지어지고 있다. 앞으로 매년 10기씩 추가로 건설을 승인하는 현 추세로 추산하면 2030년대 최다 원전 운영국가로 등극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중국은 독자적 노형(爐型)을 개발할 만큼 기술력이 확립된 데다, 정부의 탄탄한 자금 지원과 축적될 건설 경험으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의 강점인 합리적인 가격, 풍부한 건설 경험, 글로벌 경쟁력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없다. 다만, 지금 짓고 있는 29기의 원전이 다 내수용이기 때문에 미국 NRC, 유럽 EUR 같은 국제기술 인증을 받은 적은 없다. 한국의 원전 수출시장에 아직 숨 쉴 공간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형 상업용 원전 외에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전략 수출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SMR은 발전용량 300Mwe 이하의 일체형 미니 원자로를 말한다. 발전과 냉각의 두 기능을 캡슐 안에 담아 대형원전의 주된 사고였던 냉각재 공급 중단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밖에서 보면 커다란 보온병처럼 생겼다. 여기에 국내에서 개발한 3.5세대 경수형(硬水型) SMR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i-SMR은 전원공급이 차단돼도 냉각수가 저절로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피동형 자동냉각 시스템을 갖춰 안전성을 더 높였다. 게다가 공장에서 부품을 대다수 생산해 현장으로 날라 레고블록처럼 조립하면 된다. 건설비용과 시간이 대폭 절감될게 뻔하다. 원전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발전 말고도 수소 생산이나 담수화에 사용하는 다목적 운전도 가능하다. 100% 상시가동 않고 핵 연료봉을 제어해 출력부하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기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믹스해 쓸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쉽게 말해 태양광 발전이 많을 때는 껐다가 적을 땐 켜서 재생에너지의 들쭉날쭉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수원은 i-SMR 4기로 인공지능데이터센터(AIDC)와 운영인력 직주(職主)단지에 청정전력을 제공하는 SMR 기반 스마트넷제로시티(SSNC)의 시범 시뮬레이션 센터를 대전 중앙연구소에 운영 중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가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서 공급되니까 송배전망도 필요 없다. SMR뿐 아니라 도시 1개를 통째로 수출상품화하려는 구상이다. 세계화 시대에 노르트스트림(러시아 천연가스관)과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려다가 참담한 실패를 겪고 일제히 원전 부활로 돌아서고 있는 유럽의 중소 도시들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해수담수화 설비까지 갖춘 에너지 자급형 무역항을 염두에 둔 중동 국가 역시 잠재고객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처럼 SMR과 대형 상업원전의 자체 개발 및 건설에 특화된 팀코리아 산업네트워크 역량을 보유한 세계에 몇 안 되는 나라다. 중국이 성큼성큼 앞서나가기 전에 원전 수출 실적을 더 쌓아야 한다. SMR뿐 아니라 대형원전의 해외진출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요구된다. 국내 에너지 정책에도 청정 원전을 믹스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내 나라는 안 짓고 남의 나라에만 수출하려는 '내로남불'로는 바이어를 설득할 수 없다. 부디 우리에게 주어진 5~8년의 황금 같은 시간을 쓸데없는 이념논쟁과 비과학적인 안전논란에 허비하지 말고 철저하게 실용적인 '먹사니즘'으로 돌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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