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도중 동의 없이 콘돔 빼면 '성폭행'
윤흥식
| 2018-12-24 11:30:53
스위스, 캐나다에서도 지난해 같은 요지 판결
남성과 여성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남성이 여성의 동의 없이 콘돔을 제거했다면 이는 '성폭행'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스위스와 캐나다에 이어 독일에서도 나왔다.
영국의 대중지 '메일 온라인'은 올해 36세인 독일의 한 경찰관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여자친구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던 중 몰래 콘돔을 뺀 혐의로 베를린 지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은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감염될 것을 우려해 남성에게 반드시 콘돔을 착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남성이 이를 무시하고 성관계 중에 여성 몰래 콘돔을 빼버린 것.
이를 알게 된 여성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남성은 경찰에 체포된 뒤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성관계가 합의 하에 이뤄졌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여성이 콘돔 착용을 분명히 요구했음에도 남성이 이를 일방적으로 제거한 것은 성폭행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벌금 3000유로(약 384만원)와 성병검사 비용 96유로(12만원)도 부과했다.
성관계 도중 동의 없는 콘돔 제거에 대한 유죄판결은 독일에서는 처음 나온 것이다. 스위스와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각각 강간과 성폭행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성관계 중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몰래 콘돔을 빼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뜻하는 '스텔싱(stealthing)'을 처벌할 수 있는가는 각국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강간이나 성폭행은 한쪽이 원치 않는 성관계 때문에 일어나지만, 스텔싱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 도중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텔싱으로 인해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 및 성병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스텔싱 당시에는 이를 몰랐다가 나중에 출산 및 육아의 부담을 여성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베를린 지방법원의 리사 재니 대변인은 "스텔싱은 지금까지 법척 처벌의 회색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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