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한·아세안 IP 협력 컨퍼런스' 3년을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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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5-10-02 10:17:48

지난 9월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2025년 한·아세안 지식재산(IP) 협력 컨퍼런스'가 열렸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주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이하 지총) 주관으로 우리나라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라오스 등 아세안 국가의 지식재산 산·학·연·관·정(産學硏官政) 종사자들이 한데 모여 '인공지능과 지식재산(AI×IP) 새로운 성장 동력'을 대주제로 기조강연과 4개 세션의 발표 및 토론을 통해 IP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응방향을 공유했다.

AI 등장 이후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의 공정 이용(fair use)과 TDM(Text Data Mining) 면책, AI 저작권 등록 여부 등 새로운 이슈가 불거진 시점에 시의적절한 국제적 논의의 장이었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고등법원 판사와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 변리사 등 법률 전문가들은 현행 법제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각국의 법조계 대응 태세를 긴밀하게 교환했다. 저작권협회, 복제권센터 등 아세안 IP 민간단체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업계 현황을 공유하는 발표로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I 시대의 글로벌 IP 표준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반영하고자 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 지난 9월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2025 한·아세안 지식재산 협력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총 제공]

 

한국 지식재산 공동체의 발안으로 2023년 12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제1회 한·아세안 IP 협력 컨퍼런스가 처음 열린 이래 벌써 양 지역 간 협력과 교류가 3년차로 접어들었다. 정갑윤·원혜영 지총 공동회장은 이 행사에 IP 종사자뿐 아니라, 정치권의 후배 국회의원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내 정책 입안 및 집행 단계에서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과 아세안이 그동안 IP 협력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고, 앞으로 무슨 비전과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올해 행사를 계기로 한번 정리해본다.


우리나라 지식재산 민간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지총은 IP의 국내 산업 환경 개선에 그치지 않고 그 가치를 글로벌 생태계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IP 시스템화의 첫 단계로 한·아세안 컨퍼런스를 발족했다. 체계적 대화채널을 통해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교류협력의 장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물론, 한국이 아시아 역내 IP 협력의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장기적으로 아세안 IP 정책과 산업에서 코리아 리더십을 발휘할 기반을 조성하자는 뜻도 깔려있었다. 제1회 컨퍼런스의 주제는 이런 의향을 반영해 '전통문화·신기술의 조화와 혁신'으로 잡혔다.

특히,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양 지역이 아시아의 지식재산 창달을 통해 지역 평화와 번영에 공동 노력한다는 '서울선언'을 채택해 의의를 더했다. 제2회 컨퍼런스는 2024년 10월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에서 'AX 시대의 지식재산 협력과 기술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IP 협력 고민을 처음 가시화한 행사로, 제3회 컨퍼런스의 AI IP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는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의 지식재산처 출범 소식에 접하며 한국의 IP 이니셔티브에 한층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동안 행사를 총괄 지휘해온 유병한 지총 부회장은 "2023년 서울 선언과 2024년 한·아세안 비전 선포를 통해 양 지역 간 민간 IP 협력 강화를 위한 실천적 선언까지 이룬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조만간 한·아세안 IP 협력 사무국까지 설치하기로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1967년 8월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5개국이 역내 경제성장, 사회문화 발전 및 평화와 안정 추구를 목적으로 창설했다. 현재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까지 총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전체 481만㎢ 면적에 6억8530만 명 인구와 역내총생산(GDP) 3조7814억 달러 규모를 자랑한다. 대한민국의 48배나 되는 넓은 영토에 인구도 13.4배에 달한다. 2015년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켜 정치적으로 연대하며,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아세안 전문가인 고영경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우리와는 경제 파트너와 경쟁자 사이의 관계"라며 "다가오는 미·중 교역전쟁의 파고를 함께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의 2024년 대(對)아세안 수출액은 114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아세안은 16.7%로 중국(19.5%), 미국(18.7%)에 이어 3위를 달린다. 4위인 유럽(10%)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중국, 미국, 아세안은 한국의 3대 주요 수출시장인 것이다.

이만큼 주요한 수출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열악하다. 아세안 입장에서도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수출시장이다.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교역품목 발굴 및 확대가 요구된다. 한국의 2019년 대 아세안 투자는 10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2022년 89억1800만 달러, 2023년에는 약 74억 달러 수준으로 내려갔고, 2024년 3분기까지의 투자는 55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잠재 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앞으로의 경제 및 안보 협력이 더 기대되는 미래지향적 관계이다. 양 지역은 2024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협력 수준을 높이면서 미래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과 기업들의 역내 진출 전략에 아직 균형감과 조화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들은 아세안 각국의 문화와 사정에 걸맞은 현지화 투자와 영업에 공을 들여야 한다. 정부 역시 아세안 제국과 양해각서를 잇달아 체결하고 다방면의 협력방안을 제시하지만 일회성에 그칠 경우가 많다. 또 현지 한국 기업들은 더욱 지역밀착적인 체감형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의 대 아세안 1위 수출 품목은 반도체이다. 하지만 반도체 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및 의료장비, 전력 인프라 등 아세안이 한국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와 협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지렛대 삼아 양 지역 간 효과적인 협력 전략의 구도를 새로 짜야 한다. 한·아세안 파트너십이 단순한 경제적 동반자를 넘어 미래 혁신성장을 이끌 파트너로 격상하길 희망한다.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뿐 아니라 K콘텐츠로 대변되는 문화적 매력에도 초청장을 보내고 있다. 지식재산 강국 코리아의 IP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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