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러시아', 연금개혁 진통
윤흥식
| 2018-09-03 10:00:31
야당들 추가 시위 예고,푸틴 지도력 시험대에
러시아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정부의 연금지급 개시연령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이날 공산당이 주도한 항의 시위에 약 9000명이 참여했고 러시아 정의당이 주도한 또 다른 시위에도 약 1500명이 참가했다. 모스크바 인근 블라디미르와 보로네슈, 스몰렌스크, 아스트라한, 상페로폴 같은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야당측은 이날 전체적으로 1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월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남성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높이는 내용의 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금법 개정안 발표 전 75%에 달하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1%까지 하락했다.
위기김을 느낀 푸틴 대통령은 여성들의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당초 개정안보다 3년 낮추는 등 완화책을 제시했지만,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시위를 주도한 야당과 노동조합 측은 새 연금법이 적용될 겨우 많은 사람이 연금도 받아보기 전에 사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기대 수명은 66세이며 여성은 77세이다.
젊은이들 역시 불만이 많다.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높일 경우 노인들의 은퇴가 늦어져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연금재정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연금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주 TV 연설을 통해 “연금 수령 연령을 상향하는 결정이 수년 동안 미뤄져 왔다”며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산당 등 야당들과 노조는 이같은 움직임이 임기중 연금 수령연령을 높이지 않겠다던 푸틴의 대선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겐나디 쥬가노프 공산당 총재는 2일 연금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했고, 야권 운동가이자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오는 9일 또 한 차례 전국적 항의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KPI뉴스 / 윤흥식 기자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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