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특례상장…바이오株 수익률 '처참'
김경애
seok@kpinews.kr | 2024-01-11 13:33:43
1년 뒤 기업의 61%, 현재 76%는 공모가 하회
성장성특례 브릿지, 공모가 대비 95% 급락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제약·바이오업체 대다수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아 보다 엄격한 기준과 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기술특례로 상장한 제약·바이오와 의료기기 업체 63곳 중 48곳(76.2%)의 현재 주가(10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에 뒤졌다.
상장 당일엔 공모가 대비 주가가 두 자릿수 비율로 상승하는 등 대다수가 승승장구했다. 프리시젼바이오, SCM생명과학 등 일부 기업은 두 배가 넘는 주가를 기록했다.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한 곳은 21곳(33.3%)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상장한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12곳을 제외하고 51곳 중 31곳(60.8%)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떨어졌다. 이 중 19곳은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오름세를 보였으나 1년 후 하락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기술력은 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취지에 반하는 문제점들이 반복해 나타나고 있다. 셀리버리나 파두와 같은 부실 기업들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데만 이용되면서 특례상장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속아 산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 '사기 상장' 내지 '뻥튀기 상장', '무차별 상장'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제도는 2005년 기술특례 이후 2017년 이익 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와 성장성 특례, 2019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례, 2021년 유니콘 특례 순으로 신설됐다. 이중 성장성 특례는 문턱이 가장 낮아 자주 도마에 오른다. 기술 특례와 달리 성장성 특례는 전문평가기관의 기술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거래소에 해당 기업에 대한 성장성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특례 상장을 시켜준다.
개발 중심(NRDO)의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성장성 특례 상장 대표 사례다. 이 업체는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BI)에 1조5000억 원 규모로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BBT-877'을 기술 수출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공모가를 6만 원으로 확정하고 2019년 12월 상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베링거는 잠재적 독성을 이유로 BBT-877에 대한 모든 권리를 반환했다. 이로 인해 상장 1년 후 주가가 1만3400원으로 공모가 대비 77.7% 하락폭을 보였다. 이후 뚜렷한 성과 없이 영업적자가 누적되며 현재는 공모가 대비 94.7% 낮은 3200원을 기록 중이다.
진시스템과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클리노믹스, 고바이오랩, 압타머사이언스, 이오플로우, 셀레믹스 등 성장성 특례로 상장한 다른 업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누적된 적자와 불투명한 사업성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기업들은 평가를 받은 후 몸값을 크게 올려 증시에 입성한다"며 "이후 예견된 수순인마냥 주가가 뚝뚝 떨어지는데 이때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부동산을 살 때처럼 주식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특례와 같은 타이틀이나 경쟁률만 보지 말고 기업의 실제 펀더멘탈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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