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屈起), 한국은 어디로?

KPI뉴스

go@kpinews.kr | 2024-07-12 10:13:20

과학기술 강국 부상하는 중국…이공계 박사 미국의 2배
중국이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르자 조기 제압 나선 미국
G2가 충돌하고 갈등하는 국제환경,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
박정희 대통령이 실천한 '과학입국' 정신 부활시켜야 할 때

과학기술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약진이 눈부시다. 인공지능(AI)과 우주, 양자암호통신 등 21세기 미래 기술의 연구개발(R&D)에 돈과 사람을 인해전술로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 짝퉁 2류 상품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은 아직 현실을 잘 몰라 그렇다. 올해 네이처 평가에서 중국 논문은 양과 질에서 미국을 넘어 1위에 올랐다. 세계 10위권 연구기관 중 중국이 7개를 휩쓸고 미국, 독일, 프랑스가 겨우 한자리씩 체면유지 하는데 그쳤다. 이공계 박사 배출 인력도 미국의 2배 규모다. 테크 차이나의 부상은 과학강국을 넘어 세계 경제와 안보, 외교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에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동맹국인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첨단제품 금수(禁輸) 등 기술봉쇄에 돌입하자 양국 간 대치의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두 강대국에 종속되지 않고 과학기술 자립을 이루며 번영할 수 있을까. 

 

▲ 태극기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1978년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덩샤오핑 주석에 의해 발표됐다. "쥐만 잘 잡으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는 그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인민을 배부르게 할 수 있다면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채택하겠다는 극도의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집단농장에 개인 이익을 보장하는 농업 개혁에 착수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경제특구를 설립하는 등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서서히 전환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장쩌민은 1990년대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글로벌 자유시장 체제내로 들어갔다. 후진타오는 '샤오캉(小康)' 구호 아래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동시에 추구했다. 과학적 발전관을 내세워 그동안 동부 연안지역에 치우쳤던 경제개발을 서부로 돌려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나섰다. 그리고 2012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시진핑은 중국의 부흥과 강국 건설을 상징하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주변 국가들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대일로(一带一路)에도 착수했다. 대대적 반부패 캠페인으로 공산당 내 반대세력을 정리한 시 주석은 첨단기술 산업 육성과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 유일 패권국가로 군림하던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 이른바 황화론(黃禍論)에 맞서기 위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및 장비 수출금지 등 자유진영의 무역봉쇄망을 펼쳤다. 미국은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영국으로부터 서구 자유진영의 패권국가 자리를 물려받은 데다, 90년대 소연방의 붕괴로 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지면서 사실상 유일패권의 영광을 누렸다.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나라는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키움)에서 몸을 일으켜 중국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마오쩌둥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은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기술입국을 천명했다. 중국이 갑자기 미국과 첨단 과학기술 입지국의 자리를 다투는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르자 미국은 당황해하며 2인자를 조기 제거하려는 움직임에 착수했다.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할 때, 그들 사이에 불가피하게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이던 그레이엄 앨리슨은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에서 양국 간 정면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상호의존성을 강화하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2021년 '미국 혁신 및 경쟁 법 (USICA, 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과 2022년 '반도체와 과학 법 (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 (Inflation Reduction Act)', 2023년 '국방수권법(NDAA,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외국인 투자 위험 심사 현대화 법안 (FIRRMA,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2024년 중국에 대한 제한적 기술 수출 통제 (Export Control) 정책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6월 15일자로 '중국 과학의 부상, 환영? 걱정?(The Rise of Chinese science: Welcome or worrying?)'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보다 자유진영의 장점을 살려 스스로 앞서가는데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개방성과 산학연의 역동적 혁신, 시장경제를 더욱 강화해 정부 주도의 폐쇄적 중국 과학을 이기라고 강조했다. 1980년대 일본이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팔아 번 돈으로 미국의 부동산과 국채를 마구 사들일 때 에즈라 보겔 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일등 일본(Japan as No.1)'에서 성공의 비결을 민관 협력, 장기적 안목, 교육 및 인재, 토요타의 '저스트 인 타임' 같은 기술 혁신, 노동윤리 등에서 찾았다. 한때 일본 배우기에 열중했던 미국은 결국 1985년 레이건 정부 들어 플라자 합의라는 정치적 결단으로 달러 환율 낮추기에 성공해 일본은 거품 경제로 초호황을 누리다가 '잃어버린 30년'으로 서서히 침몰해갔다. 아시아에서 온 첫 번째 도전자 일본은 미국과의 금융 전쟁에 져 패퇴했지만, 두 번째 경쟁국 중국은 혁신경제의 기초인 과학기술에 집중하며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게 이런 국제환경은 위기이자 기회의 두 얼굴로 다가온다. 먼저, 한국은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실천했던 '과학입국' 정신을 부활시켜야 한다. 당시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고 국내 과학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국가R&D 30조 원 시대는 이 전통의 유산이다. 탄핵과 재판으로 얼룩진 저급한 정쟁을 멈추고 여야가 과학기술 입국의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테크 코리아'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혁신 없이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국가 존망의 위기감을 갖고 이공계 인재 양성에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 

   

둘째, 중립적인 국제협력의 외교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자유진영과의 협력강화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과도 민간 차원에서는 공동 연구나 학자 교류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한국만의 주체적인 강소 과학기술이 있어야 양대 진영과의 공존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셋째, 산업 구조의 다변화도 필요하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특정 산업에 편중된 경제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제조업뿐 아니라 무형의 지식재산(IP) 수출을 개척하자.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성화해 대중소, 신구가 조화된 다층적 산업구조를 만들어가자. 

 

마지막으로 길게 보고 인재 양성과 교육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AI의 등장 이후 '안다' '배운다'는 개념이 급변하고 있다. 30년 후 세계에서 겨룰 미래 인재를 키워야 국가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다. 초중고부터 대학, 직업 재훈련에 이르기까지 창의적, 융합적 교육 개혁이 요구된다.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는 한국에 도전이자 기회이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협력을 통해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조화를 이루어 한국이 기술전쟁(Tech War)의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나가기를 기대한다.

 

▲ 노성열 논설위원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