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으로 가는 민주, 폭풍 전야…유인태 "천벌받을 짓"

박지은

pje@kpinews.kr | 2024-02-01 11:26:59

친명계 핵심 정청래, 병립형 주장·전당원 투표 제안
실무준비 착수…전당원 투표, 지도부 의지 관철 수단
'당심 앞세워 병립형 회귀 책임 피하려는 꼼수' 비판
柳 "못된 짓, 전당원 투표로…신뢰 잃으면 정치생명 끝"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내홍이 격화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당 일각에선 "전 당원 투표를 하는 건 천벌받을 짓"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폭풍 전야의 분위기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의 취지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 그런 만큼 이를 지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의원 80명이 최근 집단으로 연동형 유지를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반면 현행 제도에서 여당도 위성정당을 만들면 총선에 불리하기 때문에 병립형으로 회귀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동형 유지를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도 준비하고 있다. 전날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위성정당 명칭을 '국민의 미래'로 정했다.

 

이런 진퇴양난의 국면을 당원의 뜻을 물어 돌파하겠다는 것이 전당원 투표의 취지다. 그러나 전 당원 투표는 그동안 지도부의 의지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병립형 회귀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소속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며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친명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병립형 회귀를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친명계 핵심인 정 최고위원이 이 대표 '의중'과 무관하게 움직였을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지도부가 당심을 앞세워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어느 정도 결정하고 그 안을 의원총회나 전당원투표를 통해 추인받는 모습이 더 좋다"고 밝힌 건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나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에게, 당원에게 묻는 것이 주권재민 민주주의 헌법정신 아닌가. 중요한 정책을 당원에게 묻는 것이 나쁜가"라며 "참 이상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참여를 두고 격론이 일자 전당원 투표(74.1% 찬성)를 통해 위성정당 창당의 길을 열었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선 전당원 투표로 무공천 약속을 번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행 유지를 촉구한 의원 80명에는 김두관 의원 등 친명계도 적잖아 전당원 투표 실시가 공식화하면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 의원 80명은 지난달 26일 "병립형 퇴행은 비례 몇 석을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이라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80명은 민주당 의원 164명의 거의 절반이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전 당원 투표로 간다는 게 제일 불길한 거다. 최악으로"라며 "못된 짓은 다 전당원 투표로 민주당이 했다"고 질타했다. 유 전 총장은 전당원 투표 사례를 열거한 뒤 "대개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로 하더라"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이번에 공약 뒤집는 부분도 천벌받을 짓이라고까지 보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더 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대표는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해놓고 부결을 호소했다. 이번에 또 이거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그래도 이 대표를 누가 믿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전 총장은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거냐'는 진행자 질문에 "신뢰를 잃어버리면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친명계 5선인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당원"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갈팡질팡해온 선거제를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에 따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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