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청주의 허파' 구룡산…청주시, 장비 투입해 훼손
박상준
psj@kpinews.kr | 2025-11-06 10:09:26
공원일몰제로 숲 잘려나가는 가운데 청주시 무분별한 정비
시민 A 씨는 최근 청주 구룡산 능선길을 걷다가 깜짝 놀랐다. 포크레인과 현장근로자 몇 명이 산 위에 올라와 고즈넉한 오솔길을 마구잡이로 파헤친 뒤 널찍한 신작로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청주시가 자연을 훼손하는 현장을 보면서 산행의 기분을 잡쳤다.
충북 청주 도심에 위치해 '청주의 허파'로 불리는 구룡산이 청주시의 무분별한 정비사업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주 구룡산은 높이가 165.6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흥덕구 개신동·산남동·성화동에 걸쳐 형성돼 예전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능선이 부드럽고 길게 뻗어있어 새벽부터 온종일 시민들이 산행을 즐긴다.
하지만 올 들어 청주시가 '등산로 정비사업'을 한다며 수억 원을 투입해 무분별하게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바위와 나무 뿌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숲의 정취가 살아 있던 능선 오솔길을 마구 파헤쳐 신작로를 만드는 등 구룡산 환경 파괴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구룡산 등산로 정비사업'은 지난 10월 29일 시작돼 오는 12월 7일까지 40여 일간 계속된다. 이번 정비사업으로 이미 일부 구간은 숲속 특유의 운치가 있던 오솔길이 사라지고 도심 신작로처럼 변했다.
'공원일몰제' 때문에 청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탱해 온 구룡산 숲이 잘려나가고, 망가지고, 훼손되고,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주시는 불필요한 정비에 나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주시가 구룡산 정비에 나서면서 주민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시는 '청주시선'이라는 시민참여 소통 플랫폼을 만들어 수시로 시민여론을 정책에 반영한다고 밝혔으나 자연 환경보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시민 B 씨(서원구 성화동)는 "단풍철에 등산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명산도 이런 식으로 정비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산은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청주시는 왜 귀한 세금을 들여서 구룡산을 훼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 C 씨(흥덕구 가경동)는 "아파트 단지에도 산책로가 있지만 일부러 구룡산을 걷는 것은 숲속을 걷는 즐거움도 있지만 자연이 만든 장애물로 적당히 거칠고 업다운이 있는 산길을 산책하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며 "장비까지 동원해 신작로를 만들면 굳이 구룡산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 공원관리과 담당 공무원은 "구룡산 정비사업은 맨발로 걷는 일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별다른 절차는 거치지 않았으며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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