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개처럼 뛰고" 죽는 사람들…유통업계 언제까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4-11-15 10:34:15

'한국 아마존' 쿠팡, 노동 문제도 닮은꼴
죽음의 일터 논란…사망자 연이어 발생
쿠팡 청문회 청원, 동의 5만 넘어 국회로
국회는 조속히 청문회 열릴 길 마련해야

지난 6일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역대급 성과를 냈다. 2010년 창립 후 14년, 국내 유통업계 1위(지난해 매출 규모 기준)로 군림하는 쿠팡의 위상을 보여준 사례였다.


쿠팡은 세간에서 '한국의 아마존'으로 통한다. 성장 모델, 주요 사업 도입 순서, 사업 확장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 [뉴시스]

 

닮은 부분은 눈부신 발전으로 대변되는 빛의 영역만이 아니다. 급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을 다수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도 판박이다.

'아마존 디스토피아'. 미국의 탐사 보도 기자 알렉 맥길리스가 2021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저자는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운 아마존이 미국 각지에서 어떻게 불평등과 지역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지 고발한다.

아마존 디스토피아의 음울한 풍경 중 하나가 노동 문제다. 아마존은 과도한 노동 통제와 노조 탄압, 열악한 작업 환경, 단순 저임금 노동 강제, 산재 빈발 등으로 악명이 높다.

쿠팡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동자 안전과 건강권 침해, 과중한 심야 노동 논란부터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죽음의 일터로 불릴 만큼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쿠팡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알려진 것만 20명에 이른다.

이를 바로잡자는 취지의 국민 동의 청원이 지난달 발의됐다. 죽음을 부르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으로 인한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쿠팡 청문회를 열자는 취지다. 청원자는 박미숙, 정금석, 우다경 씨다.

박 씨는 2020년 10월 12일 아들 장덕준 씨를 잃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노동을 이어가던 27세의 장 씨는 밤샘 근무 후 집에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로 인정했다. 그러나 쿠팡은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책임을 장 씨에게 돌렸다. 박 씨는 쿠팡에 맞서 소송을 해야 했다.

정 씨는 지난 5월 28일 로켓 배송 기사로 일하던 아들 슬기 씨를 잃었다. 41세의 슬기 씨는 심야 노동으로 점철된 로켓 배송 14개월 만에 집에서 쓰러진 후 세상을 떠났다. 슬기 씨 카톡에는 빠른 배송을 독촉하는 쿠팡 측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슬기 씨 죽음이 산재라고 인정했다.

우 씨는 지난 8월 18일 남편 김명규 씨를 잃었다. 49세의 김 씨는 아들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부인과 함께 쿠팡 물류캠프에서 심야 일용직으로 일하다 쓰러져 사망했다. 우 씨는 남편이 인력 부족으로 혼자 2명 몫을 떠맡아 그렇게 됐다고 주장한다.

쿠팡 실적 발표 다음 날인 7일, 동의자가 5만 명을 넘어 청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에 회부됐다. 그런데 일주일 지난 15일까지 진전이 없다. 지난 12일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1970년 11월 13일 노동자 전태일은 자신을 불사르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절규했다. 그로부터 5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거대 자본의 독촉 아래 기계처럼 일하다 과로로 쓰러지는 이들의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쿠팡 청문회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을 감당하는 이들의 노고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쿠팡 디스토피아를 향해 더 나아가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회는 조속히 청문회가 열릴 길을 마련해야 한다.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